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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아 May 18. 2024

무너지면

다시 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 오늘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런지 하루 늦었다. 이런.


오늘 오랜만에 나의 ‘그 이‘와 관련된 미친 일들을 많이 겪어서 너무도 울고 싶었다. 평소에 이유 없이 우는 걸 좋아하곤 하지만, 오랜만에 큰 이유를 두고 우니 마음은 시원했다. (사실 원래는 계속 해결 방법만을 쓰려다, 실제로 내가 이뤄낸 극복 이야기를 담아 보려고 한다. 주제가 바뀌어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사실 이 일은 이렇게 크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가 나에게 다시 연락이 왔고, 평소 친구로 지내던 그이기에 그저 그가 좋아하는 사람과 잘 되길 바라서 나에게 도와달라 연락 준 것일 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럴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점점 두려웠다. 그는 이미 짝사랑을 포기했고, 실제로 간접적 고백도 거절당하고 지금 그 상대가 그를 정말 싫어한다.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인 내 심리적 감은 정확히 들어맞고 말았다.


내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는 끝난 줄로만 알았다. 1편에서 3편을 모두 보고 나면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심리를 정확히 후벼 파고 연구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의 말투로 심리를 신기할 정도로 잘 알아챈다. 그런데 오늘 그의 말투는 단순한 부탁을 위한 말투가 아니었다.


끝났겠지 싶어 짝사랑 도움에 대한 내용을 80%, 내가 1월 초까지 그와 했던 짓들에 대한 내용을 20% 정도 뇌에 심어 두고, 제발 두 번째가 아니길 빌었다. 하지만 내 감은 틀리지 않았다. 내 20%는 내가 생각한 것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정확했다.


그는 정확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부탁했다. 다시 한번 그런 짓들을 해 달라는 그의 부탁이 정말 너무도 역겨웠고, 갑작스러운 부탁에 당황스러워 나도 뭐라는지 모르겠는 이야기들을 생각보다도 더 많이 뱉어내 내가 미쳤나 싶기도 했다. 그의 말투는 누구에게든 애교체이고, 순수하고 모범적인 데다가 운동을 잘하며... 뭐 대충 그렇다. 그의 겉이든 속이든 예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 순수한 말투로 나에게 바란 것은 순수하지 않았다. 아수라 백작도 아니고 전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 초반에는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꿋꿋하게 받아내는 그가 의심스러웠고, 당황스러워 수락을 했고 결국에는 거절을 했음에도 매달리는 그가 너무도 싫었다. 이 와중에 나는 그와 같은 반, 같은 무리이고 그 무리의 분위기마저 신경 써야 할 상황이라 강하게 거절조차 못 했고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내야만 했다. 뇌를 굴리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조금 강했다.


우선 SNS 비밀 계정에서 그와의 연락 내용을 폭로했다. 나에게 직접 도움을 줄 이들, 응원해 줄 이들, 내 편으로 서서 증인이 되어 줄 이들, 그리고 그와 손절을 하고도 해코지를 당하지 않게 만들어 줄 이들. 이렇게 네 부류로 나눠졌다. 다행히 연락 내용을 녹화해서 보여 주니 조작 논란은 사라졌고 내 편이 다량 생겼다.


막막했다.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고 그를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안 그래도 나를 억누르고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잔뜩 낸 뒤에 본인은 아니라고 발뺌까지 해서 더욱 그랬다. 나는 곧 올 월요일에 그와 손절, 차단을 하고 화요일에는 내가 가장 원했던 그의 밴드부 퇴출을 위한 증거들을 가지고 밴드부 담당 선생님께 가려고 하는데 아직 대부분이 그에게는 잘못이 없는 줄 안다. 내가 그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고 나는 한 게 없지만 괜히 무서웠다. 보호를 해 줄 사람들도 딱히 믿음이 가지 않았기도 했다.


끝을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제대로 끝내고 2년만 참아서 대원외고를 가서 이사를 갈까? 아니면 검정고시를 보고 해코지를 대비해 시골에서 살다가 올라가서 고등학교를 갈까?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해서 인생을 아주 나락가게 만들까? 별 생각을 다 해 봐도 그냥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빨랐다.


아직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 우선 밴드부 규정에 맞게 이 증거들을 가지고 밴드부를 퇴출시킬 것이고, 보호를 지속적으로 받거나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해결하거나. 아 그냥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모르겠다. 솔직히 마음이 너무 복잡한데 응원이 받고 싶어서 썼다. 지금 여행을 와 있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여행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제발 모두 나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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