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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아 May 18. 2024

솔직히 자신이 있으면 좋겠어

행복을 부정하는 환자에게 없는 것

오늘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요즘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기가 무섭다. 적응이 안 되는 감정이고 제대로 느낀 지도 너무 오래돼서 이제 느끼기도 낯설다. 솔직히 행복할 때도 그저 부정하는 게 빠르다. 그리고 더 행복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그냥 나의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하다가도 ‘나 이게 행복한 게 맞을까? 너무 갑작스러운데 이래도 되는 게 맞나?’ 싶기만 하고 다시금 원래대로 돌아온다. 살아가고 있는 이 인생에서 느끼고 떠나고 싶은 게 행복이었는데 이제 그 당연해야 할 감정을 두려워하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 세뇌하게 됐다. 행복하다는 감정을 온전히 느낀 게 오래됐다 보니 이 세뇌를 깨기는 어려웠다.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이런 당연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받아들일 사람도 많이 없었고 주변에게서 고립됐다. 사실 이 고립에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우선 나는 요새 원래 많았던 자신감이 없다. 무엇이든 내 줏대, 기준이 없다. 모두 다 사라지고 있다. 나만의 무언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이런 고민들은 더욱 나를 나를 잠재우기 힘들어했다. 나는 매일 밤을 꼴딱 지새워야 했다.


오늘도 그랬다. 그를 끊어내겠다, 손절하고 잘 살겠다, 안 되면 내가 이사를 가겠다는 둥 뇌에 있던 말들을 줄줄이 내뱉어 놓고 순간 너무 무서웠다. 그 와중에 그에게 평소처럼 친근한 연락이 와서 더 무서웠다. 얘는 이런 연락한 거 말고는 딱히 친구라는 것에 변화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인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진짜 잘못이 없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갑자기 이런 동정심이 들고 딱 잘라내기 어려운 고민들이 생기자 다시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좀 행복해지려 하면 꼭 저렇게 방해로 다가와서, 마음을 먹어도 나를 꼭 무너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선 다른 면으론 나를 죄인 취급하고 이상한 사람 만들던 사람인데 내가 또 뭘 잘못했다고 같은 사람 하나로 계속 생각하고 울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너무 억울했다. 모두에게 질러 두긴 했지만 이제 슬슬 모르겠다. 질러 놓고 소문이 나든 아니든 되는 대로 하련다.


다른 이유를 꼽자면 방금 말하기도 했지만 그가 나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들을 퍼트려 버렸다. 나는 사실을 말했지만 그가 요구한 것은 그 사실들을 바깥으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 무조건 내가 잘못한 거 아니냐 싶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분통이 터져 내 온몸을 뜯고 싶을 지경이다.


그는 내 잘못, 그리고 나와 해왔었던 행동들에서 본인의 잘못을 쏙 빼고 주변에 얘기했다. 한 마디로 ‘내로남불’. 이 내로남불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도 커서 그냥 참으려 했건만, 내 인생까지 나락을 만들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지금 자신의 이미지만 잔뜩 챙기면서 치켜세워지는 건 또 그 사람이라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뭘 했다고 이 난리인지. 다 사실인데 그의 부정과 평소 행실 몇 가지로 나는 그저 한없이 무시당하는 인생인 게 비참했다. 이래서 그의 밴드부 퇴출까지 고려해 봤던 거겠지.


슬슬 행복을 부정하더라도 행복하고 싶다. 그러면서 저런 연락이 와서 행복하지 않게 되는데도 나는 또 줏대 없이 마음이 약해졌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이 브런치북은 내가 위로를 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들의 묶음인데, 서서히 내가 위로를 받아야만 할 그저 평범한 중학생이 되어 가고 있다. 너무 힘들다. 행복하고 싶다. 그만 울고 싶다. 인생에서 힘들었던 한 사람만 떠나보내면 되는데 그게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차라리 내가 떠나서 한 사람을 원할 틈도 주지 않고 싶다. 사랑이 뭐라고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쳐 두는지 참 야속한 삶이다. 오늘도 죽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그만 울고 싶다. 이만큼 글을 쓰는 게 뭐가 어렵다고 자꾸 지치고 눈물만 흐른다.


이제 삶에서 세 글자만 딱 지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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