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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아 May 12. 2024

내 모토는 소크라테스다

철학에 관심도 없는데 '너 자신을 알라'를 맹신한 결과

내 모토는 소크라테스다.


정확히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모토다. 모토라고 말하기도 모호한 문장이지만, 나는 이 문장으로 내 힘든 우울을 이겨냈다고 자부한다.


이 우울은 끝이 없을 것만 같고 모든 일들에 하려는 의지가 생기질 않고 그저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의 외사랑은 아무렇지 않게 시작되었다가 아무렇지 않게 끝났으며 그 아픔을 모르는 상대가 너무 미웠지만 그 사람은 잘못이 없어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좋아하고 또 좋아했지만, 그냥 나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에게 더 이상 내 힘을 더 쏟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끝났다. 가망이 없는 것도 맞았는데, 나를 합리화했다. 내가 힘들어서 끝낸 거라고.


일단 나의 아팠던 외사랑에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대입해 보면, 나는 나의 진짜 마음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미련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나를 사랑한다 생각하던 사람이 떠난 것을 이용해 내가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우울하다는 ‘콘셉트’ 자체를 잡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 나는 외사랑을 하는 힘든 사람.


나의 두 번째 우울했던 포인트는 과하게 바랬던 나의 밝은 모습. 겉과 속의 거리가 너무도 멀었던 나는 내 다른 모습들에 스스로가 혼란스러웠고, 그 혼란으로 인해 나를 놔 버렸고, 나를 놔 버리자 나 자신을 내가 받아내기 어려운 지경까지 와 버렸고, 그 지경에 달해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사실 처음부터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았다면 내가 겉과 속이 다르면 힘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내 성격에 대책이라도 세웠을 법한데 나를 파악하지 않고 살아내다 보니 그 성격까지 나올 틈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써내는 글들이 꽤 짧지만, 내 극복의 첫 번째 방법은 정말 이렇게 내 생활에 ‘나 자신을 알자’를 대입하면 끝나는 방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해야 사람답게 살아지는지 알면 이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진다. 어느 순간 내가 깨달았던 방법인데, 그 말을 일상에 대입하고 터득해서 눈물을 멈춰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힘들었던 기억이 생각보다도 더 많다.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은 우울을 겪어낼 때 어떤 방법이 잘 맞았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평소에도 자기 파악이 빠르고 잘 되는 타입이라서 이 방법이 맞았는지도 잘 모르겠으나, 힘들다면 이겨내야 하는 게 인간이고,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우울이라는 이유까지도 우리 모두 인간답다. 그러니 내 글과 내가 하는 이 몇 마디의 가벼운 말들이 삶에 위로가 되길 빈다. 오늘도 평안한 밤 되시기를. 밤만 되면 내 아픔이 생각나 잠을 자지 못하는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아침 햇살이 비추고 분주한 아침 분위기에 모두 각자의 어두움을 잊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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