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에도 그런 사람이 있나요?
집안을 청소하던 중,
우연히 노란 봉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일까 궁금해 손에 쥐고 거실에 나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헌금봉투였다.
봉투 한켠엔 숫자가 적혀 있었다.
124 번째 예물.
그리고 그 아래,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남편이 내 이름으로, 123번이나 헌금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생각해 보니, 교회에 같이 나간 지도 벌써 2-3년은 지난 것 같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예배에 소홀했고, 남폄은 그런 나를 탓하지 않고 이해해 주었다.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으니 당연히 헌금을 내는 것도 끊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그것도 매주 내 이름으로 헌금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남편의 평상시 모습들이 떠올랐다.
집에 들어와서는 옷을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식탁 위에는 아이스크림 봉지 꼬다리를 팽개쳐 놓기 일쑤다.
차 티백 종이는 굴러다니고, 마시던 컵은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놓고 나가는 사람.
내눈엔 그렇게 덤벙대는 남편이 어떻게 매주 123번이나 빠짐없이 헌금을 했는지,
그것도 몇 번인지 잊지 않고 기록을 했다는 게
참으로 놀랍고 신기했다.
식탁에 앉아 봉투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내게 일어났던 수많은 좋은 일들,
그게 혹시 남편의 기도 덕분이 아니었을까?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허둥대며 나 스스로에게만 매몰되었다.
나조차도 나를 잘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언제나 곁에서 묵묵히 기도하며 나를 지켜주던 남편이 있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위해 마음을 쓰고 있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내 삶에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또 한 번 깨달았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게 마음을 쏟고 있었다 해도,
그 마음은 이렇게 나에게 닿아 있다.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누군가의 존재.
또 그런 사람이 내게 있다는 것.
이게 정말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