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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0121 21화

다정한 말 한마디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by 스와르

나의 작가소개에도 써놓았듯,

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말 한마디에 살아갈 힘을 얻고 말 한마디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보고 듣고 배운 예쁘고 또 다정한 말의 힘을 잘 배워왔기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유난히 세상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에는 사람들의 냉정한 말투나 단어 하나에도 콕콕 찔리고는 한다.

그럴 때면 말하는 사람의 언어도 중요하지만

비언어적인 것들, 이를테면 표정이나 말투,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참 중요하구나 느끼게 된다.



며칠 전 미용실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짧은 단발을 유지하고 있는 나에겐 무엇보다도 머리를 잘 자르는 가위손 선생님이 절실하였다.

숱이 많고, 반곱슬에, 윗볼륨은 잘 살지 않아 늘 고민이어서... 커트 장인이라면 그분이 은퇴 전까지 나의 은인이자 단골 예약인 셈이다.

많고 많은 미용실을 찾아 수많은 후기를 찾아보고 예약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중,

새로 생긴 미용실인데 원장님의 포트폴리오(?) 사진으로 숱 많은 단발과 숱이 적은 단발 사진 두 개만 올려놓은 곳을 보게 되었다.

어라? 숱 많은 단발 바로 나잖아? 심지어 예쁘잖아?

그 사진만 보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예약을 하여 두 달 전 처음 방문하여 머리를 손질하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가위손이셨고, 조금 길었던 단발에서 조금 짧게 다듬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역시나 대만족!

머리를 자르고 3일이 지나도 마음에 들면 후기를 적겠다는 약속을 지켰고(장문의 후기를 적었다!)

두 달 정도가 흘러 다시 머리를 다듬으러 갔다.


두 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다들 나의 짧은 단발을 보고 칭찬해 주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하였다.

실제로 머리를 자른 다음날 고모할머니를 뵈러 갔는데 예쁘다며(내가? 내 머리가? ㅋㅋ) 중매를 들어주시려는 고모할머니와(...)

내 머리를 보고 단발을 결심한 친구가 있었으니

두 달 동안 머리가 예쁘게 유지되도록 머리를 잘 잘라준 원장님께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원장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또다시 예쁘게 잘 다듬어달라고 부탁을 하던 중 원장님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였다.

‘미리님이 인생을 잘 사셨나 봐요~’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네? 왜요?’ 하고 되물었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셨으면 사람들이 미리님의 변화를 그렇게 잘 알아봐 주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칭찬도 해주고요.’


이 말에

‘원장님이 워낙 머리를 정성껏 제 마음에 쏙 들게 잘라주셔서 그런 거죠~! 다들 원장님이 잘라주신 제 머리가 예뻐서 칭찬한 거예요~’

이렇게 답하며 훈훈하게 대화도 마무리하고 머리도 마음에 쏙 들게 자르고 나왔다.


원장님과의 대화는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따뜻하고 예쁜 말들이었다.

어쩌면 나의 칭찬 일색에 의례적인 대꾸였을지도 모르지만 따뜻함과 감동을 느낀 나는 그 순간을, 그 말의 온도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을 기억하며 나는 다시 마음먹게 된다.

차갑고 냉정한 말들이 오가는 사회를 살면서 잊지 말고 나라도 먼저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말이다.

말 한마디의 따뜻함과 다정함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공감과 진심이 담긴 사소한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다정한 말투.

고작 그뿐이다.

고작 그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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