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선물하는 딸
우리 집 막내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다.
엄마가 20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막내에게는 마음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한 것 같아 늘 마음이 쓰인다고 한다.
늦둥이 막내딸이어서 그런지, 원래 예민한 성정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막내가 어렸을 때에는 엄마와 마찰이 많았다.
사소한 것으로 시작하여 결국 끝까지(엄마 폭발) 가고야 마는 일들이 많았다.
혼을 내고 마무리는 늘 따뜻하게 안아주고 서로 이야기를 하며 나아질 날들을 약속하며 끝이 나지만
엄마는 점점 한숨이 늘었다.
어느 날 엄마는 막내와 성격적으로 합이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닌지... 자꾸만 부딪힐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고,
나와 남동생을 키우며 만들어진 엄마의 믿음과 자신감이 막내를 대하면서는 자꾸 줄어든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엄마에게 큰 고민과 때늦은 숙제를 주던 막내는 시간이 지나니 180도 달라졌다.
상처받고 지쳐도 엄마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깨달은 것일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엄마와 가까운 언니, 눈이 좋지 않아 늘 손이 많이 가는 오빠에게 밀려 알게 모르게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하던 막내는 마침내 사랑을 깨달은 듯싶었다.
예민하고 늘 짜증이 섞여있던 말투가 바뀌었고,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하였고,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막내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들어오는 길에 꼭 짜잔! 하며 엄마를 위한 꽃을 사 오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아마도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본 꽃보다 막내에게 받은 꽃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요즘 꽃값이 비싸니 굳이 사 오지 말라고 하지만 막내는 밖에 나가면 의례히 밟는 절차처럼 꽃을 사게 된다고 한다.
꽃을 주면 엄마가 좋아하지 않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도 꽃을 보면 엄마를 생각하며 꽃을 사고, 뒤춤에 숨기고 집에 들어와 매번 서프라이즈를 하는 것을 보면 그저 대견할 뿐이다.
엄마는 우리를 꽃을 키우듯 키워냈다.
싹을 틔우는 그 순간부터
흙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적당량의 물을 주고
또 가만히 두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에는 언제까지고 조용히 들여다보며 기다려준다.
가지가 커지고 무성해지면 더 크게 잘 클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주고 뾰족한 가시에 찔려가면서도 참고 또 참는다.
가장 예쁘게 필 꽃을 기다리며 말이다.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어나면 그제야 엄마는 안도를 한다.
비로소 피워냈구나, 잘 컸구나, 하며 말이다.
꽃이 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고, 상처받았던 엄마의 노력과 힘들었던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그렇게 꽃처럼 키워낸 자식에게 이제는 꽃을 선물 받는다.
꽃을 키우듯 키우고,
향기로운 꽃이 되어 꽃을 선물하는 딸.
사랑의 결실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