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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흘려보내는 것

엄마의 사랑 방정식

by 스와르

우리 가족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평범하진 않다.’, ‘독특하다.’,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보기 좋다.’, ‘우리도 이런 가족이 되어야 하는데.’


전에는 내가 속한 가족이기에 너무나도 평범 그 자체인데 뭐가 신기하다는 건지 의문을 갖기도 하였고,

수년이 흐른 지금도 긴가민가하긴 하지만,

그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아마도 우리 가족의 관계성일 것이다.


일단 사람들은 엄마와 내가 늘 사이가 좋고, 생각보다 더 깊고 단단한 관계라는 것에 놀라곤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늘 엄마의 껌딱지였고 지금도 내가 좋아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일 뿐인데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우리의 사소한 대화가, 농담이, 자연스러운 어떠한 행동들이 엄마와 나의 돈독한 관계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나 보다.

실제로도 나는 엄마를 가장 긴밀하고 친한 친구, 어른, 인생의 선생님,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나는 엄청 엄하고 엄격한 엄마의 훈육 아래 컸다. 그 엄하고 무서웠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느껴지는 사랑이 더 컸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 아직 동생들이 조금 더 어렸을 때 갑자기 나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엄마와 나, 엄마와 남동생, 엄마와 여동생, 이렇게의 관계는 끈끈한데 나와 동생들의 관계는 그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덜컥 겁이 난 것이다.

과연 우리 가족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을까?

엄마가 부재 시 내가 동생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처럼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졌던 적이 있다.

내가 고민을 털어놓자 엄마는 너무나도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나에게 고민하지 말라고 하였다.

엄마가 중심축이 되어 원을 뺑글뺑글 계속해서 그리며 우리 가족의 테두리를 만들면 그 안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그러다 엄마가 원을 그리는 것이 지치면 어느새 그 역할을 내가 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다른 동생이 하기도 할 거라고.

내가 짊어져야 할 걱정도 아니고 고민도 아니니 그저 시간이 흐르면 바라는 모습대로 되어 분명히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고민은 끝이 났고,

정말 신기하게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동생들이 하나 둘 방에서 나와 엄마와 내가 하는 이야기에 참견을 하고, 몇 시간씩 이야기 꽃을 피우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하며 그렇게 하나가 되어갔다.

하나가 된 시간은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쌓여 이제는 내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에게 확신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그랬더니 엄마는 이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였다고 한다.

우리에게 드는 마음과 사랑을 계속 흘려보냈으니 반드시 엄마가 생각하던 것처럼 사랑 넘치고 올바르게 클 거라고 믿었다고 말이다.

그게 안되면 더 기다리고 계속해서 사랑을 흘려보냈을 것이라고.


사랑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뭘까?

어떤 이는 사랑을 받고도 주는 것에 옹색한데

엄마 같은 사람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도 이토록 사랑을 넘치도록 주고 또 준다.


‘엄마, 나는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 나도 사랑을 흘려보내주고 싶어.’

엄마는 사랑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그 마음을 쓰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끼지 않는 것 같다고 하였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지는 엄마가 진정으로 주변으로부터 모든 상황 속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조그마한 사랑조차도 마음에 잘 흡수하는 사람.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 이면의 단단함으로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을 가진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천천히 사랑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런 사랑에 푹 젖은 우리들은 더욱더 단단히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게 바로 엄마의 사랑 방정식의 해가 아닐까 싶다.


엄마와 ‘흘려보내는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이후로는 받은 사랑을 가득 가지고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받은 사랑을 잘 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의 선순환.


나도 가족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가득하지만 요란하지 않게

사랑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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