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함

마지막 이야기

by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이런 것까지 질문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수준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업계에 계신 작가님들에게 대단히 실례가 될 줄 알지만 유니크한 사고는 획일화된 교육(공교육 및 사교육)에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창의성이 팝콘 튀듯 무에서(ex nihilo) 형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탄탄한 기초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창의적이란 용어는 예술과 관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열한 바탕 위에 생각이 불길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그럼 좋은 질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집요함입니다. 소설가 이승우는 상당히 집요한 인물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어떨 땐, 정말 지긋지긋하다 싶을 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소설도 그렇지만 그가 쓴 짧은 분량의 글을 읽어도 독자는 유사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언젠가 그가 숲을 산책하다가 어떤 광경을 목격합니다. 소나무 기둥에 때죽나무가 자기 몸을 감싸 마치 한 몸처럼 자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흔한 숲 속 풍경이 그에겐 하나의 명백한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이 탄생합니다.


그는 어떻게 집요함을 얻게 되었을까요. 무언가에 집중하면 가능한 걸까요.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신학을 전공한 그는 성서를 바탕으로 한 근원적인 정신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죽나무를 보자마자 알고 있던 한 가지 텍스트가 떠올랐을 겁니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호렙산의 불붙은 떨기나무입니다. 물론 개신교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처럼 소설을 쓰진 못합니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보란 듯이 결과물을 낼 순 없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집요함의 부재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순하든, 심오하든 자기의 생각에 어떤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퀘스쳔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요함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차이를 내는 퀘스쳔은 만들 수 없습니다.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자기 전공과 직업을 매칭시킨 사람들의 비율도 극히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은 많은 지식과 간접적인 경험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유동적인 유형의 인간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흔히 르네상스맨이라고 하지요. 팔방미인 같은 실력과 기질을 길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으로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직업 때문에 경제학 교수, 고등학교 교장, 교사, 출판사 CEO, 대사 등 여러 직군에 속한 분들에게 강의한 적 있습니다. 강의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명단을 받으면 재미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정작 수업을 하다 보면 맥이 빠집니다. 생각만큼 좋은 질문을 주신 분들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하나의 텍스트를 읽고 토론하는데 제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공교육에선 선방하며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쌓았지만, 꾸준한 독서 여부에 따라 각자의 실력이 드러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제 아들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 아들 IQ는 상위 6%입니다. 부모인 제가 보기엔 평균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성은 1% 안에 속할 겁니다. 저는 이 아이가 무엇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다만 늘 이야기합니다. 선우야, 네가 직업을 선택하려면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해.


네가 좋아하는 일, 네가 잘하는 일, 남들도 네게 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일, 무엇보다 세상을 빛내는 일.


위의 네 가지 기준과 목표를 두고 나일강만큼 긴 삶의 여정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집요함”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행히 제 아들에겐 “집요함”이 독서에 번지고 있습니다. 잘 자, 하고 방문을 닫고 잠시 후에 다시 들어가면 스라락~ 급히 책 덮는 소리, 그래서 어색해진 자태에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선우야, 불 좀 끄자!”라고 여러 차례 확인을 해야 아이는 잠이 듭니다.


독서를 주제로 제 아들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 자녀들이 “집요함”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빛내주면 좋겠습니다.


<아들아, 불 좀 끄자>는 오늘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분들 모두 작가님들께 마음 깊이 고마움을 전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