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커피의 향미, 커피의 경험 B

by doklip coffee Mar 31. 2025



#1.커피향미, 관능평가의 한계 


2023년, 스페셜티커피협회(SCA)는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 SCA 커피가치평가 베타버전」을 배포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품질, 향미, 가치에 대한 평가방식이 20여 년 만에 수정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SCA는 “커핑시스템이 동시대 커피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고백했습니다. SCA는 새로운 커핑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2020년부터 3년간의 연구 끝에 새로운 커핑시스템을 개발하여 베타버전을 배포한 것입니다.


커피 생태계에서 스페셜티는 ‘SCA커핑시스템’을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80점을 넘지 못하면 스페셜티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규범은 동시대 (가치) 소비자들에게 비판 받을 여지가 있으며 스페셜티의 물신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기계적 커핑에 의한 평가점수는 커피품질과 향미의 위계와 계급을 의미했습니다. 물론 SCA는 커핑에 의한 평가점수와 경제적 부가가치의 유관함을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이 평가점수는 경제적 척도인 동시에 취향의 계급을 나누는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커핑시스템은 1984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SCAA의 커핑시스템과 연동된 커피플레이버휠(Coffee Taster’s Flavor Wheel)이 완성됩니다. 2004년에는 커핑시스템이 다시 정비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커핑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통일하기 위해 (1)물 온도(Cupping Water Temperature), (2)커핑 물(Cupping Water), (3)분쇄 입자 크기(Mesh, Grind for Cupping), (3)로스팅(Roasting Level for Cupping)에 대한 세밀한 규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정 (생두) 커피에 대해 SCA가 평가하는 10개 항목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프레그런스/아로마(fragrance/aroma), (2)향미(flavor), (3)뒷맛(aftertaste), (4)산미(acidity), (5)바디(body), (6)균일성(uniformity), (7)밸런스(balance), (8)클린컵(clean cup), (9)단맛(sweetness), (10)전체적 인상(overall). 


커피 전문가들은 10개 항목에 각기 10점을 배점해 평가합니다. 평가된 점수에 따라 커피 등급은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1)나인티플러스(Ninety Plus): 90점 이상, (2)스페셜티(Specialty): 80점 이상, (3)프리미엄(Premium): 75-79점, (4)하이커머셜(Hi Commercial): 70-74점, (5)커머셜(Commercial): 70점 이하.


높은 점수는 언제나 주목을 받으며 신화가 됩니다. 상품미학에서 신화는 물신화(fetishism)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2004년, 파나마의 커피경연대회에서 게이샤(Geisha)는 높은 평가점수를 받고 우승합니다. 이 커피가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보통 파나마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무난하고 평범한 것입니다. 평범한 파나마 커피에서 복합적인 에티오피아 향미의 발견은 흔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게이샤를 평가하던 전문가들은 반색했습니다. 이 커피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줍니다. 사실 파나마의 게이샤와 잘 가공된 에티오피아 커피향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일본기생을 의미하는 ‘게이샤’라는 명칭도 적절치 못했습니다. 실제로 이 품종은 에티오피아 게샤(Gesha) 지역에서 옮겨진 커피품종이기 때문에 ‘게샤’라고 명명해야 적절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호사가들은 (일본기생) 게이샤에 주목했고 (일본기생) 게이샤는 곧바로 물신화됩니다. 게이샤는 한 잔에 100만 원, 1kg에 천만 원을 호가하는 극단적인 물신화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SCA의 커핑시스템은 유효기간이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이들의 관능평가, 코와 혀로 커피향미를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동시대 (가치) 소비자들에게 커피는 소금과 설탕 같은 물질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입니다. 한잔커피는 특정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경험의 대상이며 이러한 커피의 가치, 향미를 커핑(cupping)이라는 제도, 관능평가(sensory evaluation)로 재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 대한 이해 


2023년 배포된 SCA의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정의하고 품질과 향미를 평가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관능평가(sensory evaluation)라는 용어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1)물리적 평가(physical assessment), (2)정동평가(affective assessment), (3)묘사평가(descriptive assessment), (4)외재적 평가(extrinsic assessment)와 같은 방식으로 커피를 평가합니다.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특별한 것은 이전의 용어 ‘evaluation(평가)’ 대신 ‘assessment(평가)’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 두 단어의 뉘앙스는 크게 다릅니다. 후자 assessment는 절대적인 의미의 ‘평가’라기보다는 ‘진단’과 ‘총평’에 보다 가까운 포용적인 단어입니다.


‘관능평가’란 인간의 오감, 곧 인간 감각기관인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으로 감지되는 반응을 측정, 분석, 해석하는 식품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관능평가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분야이지만 또한 인간의 한계가 여지없이 노출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또한 관능평가(evaluation)와 관능검사(inspection)의 목적은 다릅니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주체의 입장(position)과 태도(attitude)는 크게 다릅니다. 


1800년대 후반의 ‘커핑’은 관능검사였습니다. 당시 커핑의 목적은 숨겨진 나쁜 커피를 걸러내는 조사(inspection)입니다. 반면 2004년 버전의 ‘SCA커핑시스템’은 스페셜티 커피의 평가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입니다. 식품과학에서 관능평가의 목적은 (상품) 대상의 미추, 우열을 판단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경제적인 행위입니다. SCA의 커핑 시스템 또한 또한 커피의 우열을 판단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관능평가’라는 용어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정의, 가치, 품질, 향미를 평가하는 방식이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다음 인용글은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발췌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정의입니다. 


“가치평가 시스템의 목표가 종사자들이 커피의 품질, 속성 또는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우리는 먼저 이러한 개념들이 오늘날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어떻게 이해되는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커피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는 잠재적인 사용자나 구매자에게 가치가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속성이 있다. 이러한 속성 중 일부는 제품 고유의 속성이다. 커피의 경우 고유 속성의 예로는 화학적 조성, 물리적 특성 및 외관, 감각적 특성, 즉 향미가 있다. 일부 속성은 외재적이다. 즉, 제품 자체에서 찾을 수 없지만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커피의 경우 외재적 속성의 예에는 커피 부지(lot)에 대한 다음과 같은 추적성 및 지속가능성 정보가 포함된다.


-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었는가?

- 어떤 품종인가?

- 어떻게 가공되었는가?

- 환경, 가치사슬 속에서 인간, 경제 및 다른 요소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잠재적 구매자는 이러한 속성 중 일부를 다른 속성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어 떤 이에게는 커피가 고유한 또는 특징적 향미의 특성을 보여 줄 때 가장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한편 다른 이에게는 농부가 공정한 가격을 받았는지,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포획되었는지, 조류 친화적인 환경에서 생산되었는지 등을 확신할 수 있다면 커피가 가장 가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커피가 한 사람에게는 매우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가치가 없을 수 있다”


위 내용에 따르면 커피의 품질, 향미, 가치는 내부적 속성과 외부적 속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커피의 내부적 속성이란 대체 불가한 커피의 화학적이며 물리적인 고유성과 특징을 의미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커피향미의 물리적이며 화학적인 특성입니다. 이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커피를 즐기거나 멀리합니다. 한편 SCA가 말하려는 외부적 속성이란 지속가능커피, 가치소비, 프로슈머, 떼루아처럼 존재하는 (메가) 트렌드, 또는 문화적 시대정신과 경향을 의미합니다. 커피향미의 경험은 감각>지각>인지의 과정으로 경험되며 기억됩니다. 특정 개인이 커피향미를 지각(知覺)함이란 커피의 내부적 속성과 함께 외부적 속성에 의한 최종 판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 규정된 (1)물리적 평가, (2)묘사평가, (3)정동평가, (4)외재적 평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적 평가(physical assessment):

로스팅 전 커피생두(coffee green bean)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생두의 색상, 결점, 수분 함량, 크기와 같은 고유 속성을 평가합니다. 


묘사평가(descriptive assessment):

묘사평가는 2004년 버전 ‘커핑시스템’에 새롭게 추가된 평가방식입니다. SCA는 묘사평가를 추가한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특정합니다. (1)요구되는 프로파일이나 스타일 사양에 맞는 커피인지 판단하고 독특하거나 특별한 감각 속성을 발견하기 위해, (2)가치사슬을 따라 소비자에게 커피의 ‘향미노트’를 보여 주기 위해, (3)2004년 커핑 시스템 하에서 평가 점수는 같지만 매우 다른 이유를 가진 커피를 구별하기 위해. 


7개 항목으로 구성된 묘사평가 내용은 “(1)프레그런스(fragrance): 브루잉 전 분쇄커피의 향 평가, (2)아로마(aroma): 브루잉 직후의 향과 4분 후 크러스트가 깨질 때의 향 평가, (3)향미(flavor): 커피가 입안에 있을 때 미각, 후각의 공감각 평가, (4)뒷맛(aftertaste): 커피를 삼킨 후의 잔향, 여운의 평가. (5)산미(acidity): 커피 신맛의 평가, (6)단맛(sweetness): 미각, 후각의 단맛과 향의 공감각 평가, (7)마우스필(mouthfeel): 촉각에 의한 커피의 무게감과 질감에 대한 평가”입니다. 


묘사평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는 ‘강도평가’이며 두 번째는 ‘기술어 선택’ 입니다. ‘강도평가’란 평가하려는 커피의 화학적이며 물리적인 특성의 약함과 강함, 곧 특성의 ‘강도(intensity)’에 대한 평가를 의미합니다. ‘기술어 선택’은 해당 커피의 화학적이며 물리적인 특성을 ‘전문적이며 기술적인 언어’로 표현한 항목을 선택함으로써 결정됩니다.


대부분 커피의 프레그런스, 아로마, 향미, 후미는 대단히 다층적이며 복합적입니다. 강도평가는 이렇게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향 또는 향미의 약함과 강함의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커피의 프레그런스가 강한 과일 향과 은은한 초콜릿 향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면 평가자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복합된 향미가 약함(low), 중간(medium), 강함(high)을 구분하여 판단하면 됩니다.


묘사평가 양식의 ‘기술어 선택’의 세부항목은 2016년 버전의 플레이버휠(Coffee Taster's Flavor Wheel)을 근거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선택항목에는 플레이버휠의 안쪽에 있는 9개 카테고리(꽃, 과일, 달콤한, 신/발효된, 녹색채소/식물성, 견과류/코코아, 향신료, 구운, 기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선택항목 중 과일 같은 카테고리에는 베리, 말린 과일, 감귤류처럼 플레이버휠의 하위 카테고리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평가자는 최소 1 개에서 최대 5 개의 ‘기술어’를 선택하면 됩니다.


묘사평가 양식의 ‘향미(flavor)’와 ‘뒷맛(aftertaste)’ 항목에는 ‘5개 맛(taste)’, 곧 단맛, 쓴맛, 짠맛, 신맛, 우아미를 선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커피에는 쓴맛을 포함한 5개 맛이 존재합니다. 평가자는 평가대상 커피에서 특별히 느껴지는 두 개의 맛을 선택 평가해야 합니다.


산미(acidity)에 묘사평가는 ‘강도평가’와 ‘기술어 선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기술어’ 선택은 (1)마른 산미(Dry acidity): 허브(herby), 풀(grassy), 시큼한(tart) 산미 또는 (2)달콤한 산미(sweet acidity): 군침 도는(juicy), 과일 같은(fruit-like), 밝은 산미(bright acidity)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 묘사평가 항목에서 ‘단맛(sweetness)’의 평가는 미각, 후각에 의한 맛과 향의 공감각적 느낌에 대한 평가입니다. ‘향미(flavor)’와 ‘뒷맛(aftertaste)’에서 선택되는 ‘단맛’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묘사평가의 마지막 항목인 마우스필(mouthfeel)은 촉각에 의한 커피의 무게감과 질감에 대한 평가입니다. ‘강도평가’와 ‘기술어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술어 선택은 다음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가자는 최소 2개를 선택해야 합니다.


(1)거친(Rough: Gritty, Chalky, Sandy): 터키커피와 같은 느낌

(2)기름진(Oily): 소량의 버터가 첨가된 느낌 

(3)부드러운(Smooth: Velvety, Silky, Syrupy): 시럽과 같은 부드러운 느낌.

(4)입안이 마르는(Mouth-drying): 얼얼한 느낌.

(5)금속성(Metallic): 금속 향과 느낌.


정동평가(affective assessment)

 ‘정동’은 심리학의 용어입니다. 개인의 정서, 기분, 느낌, 감정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또한 ‘정동’이란 “감각>지각>인지”의 과정에서 인지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개인의 세계관이 개입하는 상태를 의합니다. 따라서 특정커피에 대한 정동평가란 대단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기호, 취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SCA는 ‘묘사평가(descriptive assessment)’는 객관적인 평가, 정동평가는 주관적인 평가로 규정합니다. 정동평가는 2004년 버전 ‘커핑시스템’처럼 최종 점수로 환산됩니다. 그러나 이 점수는 평가자 개인의 취향 정도를 평가하는 대단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정동평가는 묘사평가와 같은 방식과 순서, 곧 (1)프레그런스, (2)아로마, (3)향미, (4)뒷맛, (5)산미, (6)단맛, (7)마우스필로 진행됩니다. 이후 마지막으로 (8)전체적 인상(overall)이 추가됩니다. 각 항목은 1점에서 9점 사이에서 평가됩니다. 극히 낮음은 1점 극히 높음은 9점이며 높지도 낮지도 않음은 5점입니다.


외재적 평가(extrinsic assessment)

 특정 (생두)커피에 대한 물리적 평가, 묘사평가, 정동평가가 커피의 내재적 속성에 대한 감각적인 평가라며 ‘외재적 평가’는 그 외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인문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방식입니다. 외재적 평가는 (1)원산지정보, (2)가공정보, (3)등급정보, (4)지속가능인증, (5)기타로 구분되며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원산지정보: *국가 *지역 또는 주, 도, 지방자치단체, 마을 등과 같은 기타 하위 국가지리정보. 필요에 따라 생산농장 포함 *표고(고도)와 같은 기타 지리정보가 포함 *농장 * 협동조합 *생산자 *품종 또는 품종혼합 *ICO 번호 *가공지역

(2)가공정보: *가공자 *Wet mill 또는 가공 스테이션 *Dry mill *가공 유형

(3)등급정보: *사이즈 등급(AA, Supremo 등) *기타 등급(EP, SHG, SHB 등)

(4)지속가능인증: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유기농(Organic) *공정무역(Fair Trade) *조류친화인증(SMBC Bird Friendly) *4C *재생유기농(Regenerative Organic) 등

(5)기타: 외재적 평가를 위한 기타정보


2023년, 배포된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은 시험용 ‘베타버전’입니다. 확정 완성된 ‘SCA표준’은 이후 발표된다고 합니다. 2023년 새로운 평가시스템은 2004년 버전과는 다르게 스페셜티커피의 평가뿐 아니라 모든 커피의 평가 즉 아라비카는 물론 로부스타의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커피 생태계에서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영향력은 크게 존재합니다. 영향력이 큰 만큼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 SCA는 커피 생태계의 사회경제적 건강함을 목표로 하는, 마치 지속가능표준(VSS)과는 다른 목적의 조직입니다. SCA는 협회 회원의 이해를 위한 조직일 뿐입니다. 2021년, SCA는 백서 형태의 보고서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백서(white paper)란 특정 분야의 문화, 경제, 정치적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밝히는 연구보고서 입니다. 이 백서에서 SCA는 현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보다는 그들의 커핑 시스템이 야기하는 관행적 문제들을 지적하며 토로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SCA의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는 동시대 커피 생태계에 존재하는 현상,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대책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커피 생태계에서 “커피향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스페셜티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등급을 받은 커피”라는 수사에 동요되지 않습니다. 커피 생태계, 특히 MZ세대로 통칭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공급자들의 일방적인 이해로 작동되지 않습니다. SCA는 커피 비즈니스 생태계, 곧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당사자로서 커피 생태계의 이러한 (메가트렌드) 지형변화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SCA는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80점 이상의 커피”라는 수사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3.(스폐셜티) 커피향미란 무엇인가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란  이상 80 이상의 커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그렇다고 "커피향미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은 “커피란 무엇인가처럼 커피와 커피문화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적이며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과학을 전제하면 커피향미는 5개의 맛과 1,000개의 향의 조합입니다. 같은 차원에서 커피향미의 경험이란 미각의 맛, 후각의 향이 함께 만들어 내는 공감각에 대한 지각과 인지입니다. 그런데 커피향미라는 복합적이며 공감각적인 경험은 언어화하기 어렵습니다. 커피에 대한 경험은 실체로 존재하지만 이러한 실체를 표현할 ‘언어’들이 우리 ‘뇌’에 풍부하게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커피향미를 표현하는 언어의 빈약함에는 두 가지 이유, 역사적인 이유와 생물적인 이유가 존재합니다.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음식이란 (영혼) 실존을 위해 섭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물질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동물과 인간은 완벽하게 다릅니다. 또한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사유(思惟)의 최상위에 시각과 청각, 최하위에 맛(미각과 후각)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맛이란 말초적 쾌락을 의미하며 추구해서는 안될 것이 됩니다. 


서양철학의 뿌리인 플라톤은 4개의 미각(쓴맛, 단맛, 신맛, 짠맛)을 찾아낸 장본인이지만 이러한 감각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인 식욕을 탐욕으로, 타락한 육욕으로 치부했습니다. 향미에 대한 철학적 관념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입니다. 당연히 향미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박약해지며 이러한 빈약함 속에서 관련 언어의 풍부한 발달은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음식의 섭취란 생존의 행위였기 때문에 향미에 대한 언어는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커피향미는 인간의 오감인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에서 미각과 후각에 의한 인지인데 인간은 시각과 청각에 예민한 동물입니다. 시각과 청각에 의한 정보를 더 신뢰하며 이러한 경험과 이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합니다. 보통 감각언어는 후각언어, 미각언어, 촉각언어, 시각언어, 청각언어로 구분됩니다. 커피향미를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후각언어, 미각언어는 사실상 없습니다. 존재하더라도 전문적, 개인적, 관념적 혹은 추상적인 것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는 맛이 없다”, “나는 커피 맛을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발언들에 특정한 목적이 이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를 그대로 이해하거나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커피에는 화학적 형태로서 향미(맛+향)가 존재합니다. 물론 그 향미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커피향미는 존재합니다. 따라서 “커피는 맛이 있습니다”. 또한 “나는 커피 맛을 모른다”라는 발언은 “나는 존재하는 커피향미를 언어로 표현할 줄 모른다”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2016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는 ‘커피플레이버휠(Coffee Taster's Flavor Wheel)’을 완성합니다. ‘커피플레이버휠’은 커피향미를 분석하고 체계화한 감각언어의 집합입니다. 플레이버휠은 3개의 층위(lay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중심 층위에서는 커피향미를 9개, 곧 (1)Fruity(과일), (2)Floral(꽃), (3)Sweet (달콤함), (4)Nutty/Cocoa(견과류/코코아), (5)Spices(향신료), (6)Roasted(구운), (7)Sour/Fermented(신/발효된), (8)Green/Vegetative(녹색채소/식물성), (9)Other(기타)로 구분했습니다. 두 번째 층위에서 커피향미는 26개로 나뉘고 세 번째, 최종 층위에서 커피향미는 63개로 세분화됩니다.


커피플레이버휠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Davis)과 월드커피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가 주도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커피향미전문가 72명이 참여했으며 3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는 월드커피리서치의 피터 줄리아노(Peter Giuliano)는 커피전문미디어 『Perfect Daily Grind』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플레이버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플레이버휠은 커피의 품질분석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커피향미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입니다. SCA의 커핑 방법론은 커피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관적입니다. 그러나 플레이버휠은 그렇지 않습니다."


2023년, SCA의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의 묘사평가는 피터 줄리아노의 커피플레이버휠의 성과를 계승, 활용했습니다. 커피플레이버휠에서 정리한 감각언어를 평가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기술어로 활용합니다. 커피플레이버휠의 감각언어들을 평면으로 펼쳐 보겠습니다. 감각언어의 한국어 번역은 「새로운 커피가치평가시스템」에서 채용했습니다.  



커피플레이버휠(CFW)은 커피에 존재하는 향미에 대한 경험을 미각, 후각의 감각언어로 정리한 것입니다. 후각과 미각을 활용해 커피향미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CFW과 같은 감각언어로 표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랜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더 나아가 CFW에서 활용한 언어들, Fruity(과일), Floral(꽃), Sweet(달콤함), Nutty/Cocoa(견과류/코코아), Spices(향신료)와 같은 표현은 특정 커피향미가 품고 있는 특정 느낌의 방향, 마치 나침반과 깃발 같은 것입니다. CFW의 감각언어는 한국을 포함하는 비서구인들의 감각언어로는 수용되기 어려운 감성도 존재합니다.


한잔의 커피에 CFW 감각언어처럼 구체적이며 뚜렷한 향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우리가 경험하는 향미는 과거 경험으로 입력된 기억뇌에 존재하는 기억입니다 또한 복합적인 상태로 존재할 뿐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애호가들을 위한 CFW 미덕이란  감각언어들이 지시하는 방향 방향에서 느낄  있는  풍부한 경험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렇게 풍부한 경험의 공유, 공감하기 위한 언어로서의 약속 CFW 미덕입니다☕■  




#4.영상


(1)향미노트 선택하기

#쉽게 커피향미 찾기 #카운터컬쳐 커피향미 교육

How to Choose Tasting Notes

*영상제작: Counter Culture Coffee, *2023, *10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Av4JhLsaYaE


작가의 이전글 커피의 생태계: 커피값이 비싼 이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