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바라보다가 얘네들은 어쩌다 이렇게 붙어들 있는지 생각했다. 전분기가 이들을 이렇게 붙게 했을까. 그러니까 이렇게 뽀얗고 광나는 몸들을 서로 붙이고 있는 이유가 고작 전분기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 밥알을 하나씩 떼어본다. 밥알 1, 밥알 2, 밥알 3, 아 귀찮다.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입에 넣었다. 하나씩 씹을까, 한꺼번에 씹을까. 밥알이 뭉개지면서 몸속 단맛이 나온다. 너 이렇게 단맛을 숨겨놓고 있었구나. 나는 맛을 느낄 수 없을 때까지 씹었다. 어금니에 침만 고였다. 난 다시 밥그릇을 바라봤다. 윤이 나던 몸이 메말라 간다. 이제 서로 붙들고 있던 게 성겨졌을까. 나는 이미 성겨서 대열에서 벗어나 있다. 밥통을 열고 밥을 쏟았다. 덩어리 진 게 툭 떨어진다. 밥그릇 안쪽에 밥알이 몇 개 어설프게 붙어있다. 밥그릇에 있던 것을 손가락으로 떼서 먹었다. 여전히 달구나. 맛을 느낄 수 없을 때까지, 어금니에 침만 고일 때까지 씹었다. 식탁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여전히 달고 이제는 성긴, 이때껏 나는 앉아있다. 시계는 한 바퀴를 다 돈 것 같다. 여전히 달지만 이제는 성글어버린 내 말라가는 밥알들을 곱씹는다. 아직 달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