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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퇴근러 Sep 27. 2024

[직장 상사 죽이기] 1. 왜 죽이고 싶을까

직장인의 갈등 생존 전략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한 가지 확실히 하자면, 이 글은 실제 직장상사의 생명을 종료시키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혹시 실제로 구체적인 내용을 찾고 있거나 계획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을 읽기보다는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받기를 권장한다. 문제가 될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누군가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이건 직장이 아니라 어디서든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문제다.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조건, 환경, 경험 등의 결과물로 생겨난 종합체이기 때문이다. 성별, 인종, 종교, 국적 등의 차이보다 더 다양한 차이가 개인차이다. 물론 그런 차이 덕분에 유독 잘 맞는 사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런 차이가 이해가 안 가고 답답하거나 짜증 나는 일도 많이 겪는다. 


다행인 점은 나와 다른 수많은 개인들을 모두 상대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또는 도로 위에서 보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피부 상태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성격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알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우리와 다르더라도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은 다르다. 우리는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또는 일을 위해서 보낸다. 한마디로 우리는 직장 사람들과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들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좋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간혹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싫은 사람은 웬만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싫어진다.


게다가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따라서 ‘목표’와 ‘위계’가 있다. 목표는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고 노력이 필요하다. 나 혼자 정한 일상의 소소한 목표도 종종 달성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과 (또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목표를 협력하여 달성해 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단순히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에 따라 누구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면 나의 자율성은 줄어들고 상대방의 마음대로 해야 할 때가 많다. 어찌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나를 억지로 맞춰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때 상대방과의 차이는 출근할 때 내 옆에 있던 사람과의 차이처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직장상사와의 이런 차이는 처음에는 불편함으로 시작해서 짜증, 억울함, 분노, 증오 등의 감정을 거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겪는 문제들이 ‘저 사람 때문이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문제의 직장상사가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극단적으로 직장상사를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갈 수도 있다.


겪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뼈에 금만 가도 정말 고통스럽다. 다행인 점은 적절한 처치를 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 뼈가 다시 붙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잘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깨진 유리처럼 상처가 더 커지고 기형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로 간의 차이에서 시작된 작은 금이 잘 관리되지 못하고 더 깊은 상처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상처가 아물지 않으면 고통받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분명 시간을 갖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본인의 고통도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이 진통제 처방과 같은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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