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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an 03. 2024

평범함, 그 평범하지 않음에 대하여

피테르 브뤼헬. 네덜란드속담, 1599

바다로 나가는 강어귀에 있는 마을 풍경이다. 집과 헛간 등이 모여 있고, 많은 사람이 각자 무언가를 하느라 분주하다. 서로 잡아당기는 남자들도 있고, 가축과 씨름하는 사람도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남자도 보이고, 앞에 집 지붕에는 빵을 늘어놓았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잘 묘사했다.          



     

피테르 브뤼헬(Pieter Breughel, 1525경~1569)은 16세기 네덜란드의 유명한 풍속화가이다. 주로 평민들의 삶은 그린 작가로, 농민이나 민중의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 그림의 제목은 ‘네덜란드속담’이다. 제목 그대로 100개가 넘는 속담을 화폭에 담아냈다. 가운데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남자에게 푸른 망토를 씌워주고 있는 장면이 있다. 이는 아내가 남편을 속였다는 뜻이다. 또 오른쪽 끝 아래에 화덕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남자를 그려놓았다. 이것은 능력을 벗어나는 일에 매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가만히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양은 비슷하다.




딸이 엄마에게 어떤 남자와 결혼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평범한 사람이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다음과 같았다.


양친 부모 밑에 자라고, 건강하고, 심성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인물이 너무 못생기지 않고, 키가 너무 작지 않고, 가족 먹여 살릴 만큼 벌이가 있고, 너 사랑해 주고, 양가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실제로 내가 아는 분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분은 아내에게 ‘당신이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 되기가 참 힘들겠어’하고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그분 말씀대로 평범하기가 참 힘든 요즘이다. 각종 매체와 SNS에서는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른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스포츠 선수, 세계 유수의 대회를 휩쓴 피아니스트, 만화에서 나온 것 같은 뛰어난 외모의 배우, 투자로 큰 수익을 낸 투자의 귀재, 아이큐가 200이 넘는다는 천재…….     


그들에 비하니 내가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저 이른 나이에 특별한 사람이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을까. 놀랍다가 부럽다가 샘이 날 때도 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우리가 보는 모습은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한 단면일 뿐이다. 우리는 미디어나 SNS에 노출되는, 그 사람이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만 볼 수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그 이면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는 쉽게 알 수가 없다. 그저 그 한 면이 뛰어나니 다른 부분들도 다 남다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보통은 한 군데가 특출 나게 뛰어나려면 다른 무언가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스포츠 선수가 되려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 동안 몸이 부서져라 연습에 매진했다. 최고의 스타들은 사생활 노출을 감수해야 한다. 최고의 기업을 운영하던 사람도 마음을 붙들지 못하고 세상을 저버리기도 한다.


보이기에 빛난다고, 한 부분이 특별하다고 모든 삶이 빛나고 특별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평범함이란 모든 면에서 결핍이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또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밸런스를 갖췄다는 뜻도 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특출나진 않지만 모나지는 않은 삶의 표현 같기도 하다.       


세계에서 지능지수가 제일 높다는 사람이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지능지수가 높을 뿐 실수도 하고 인간관계도 어려워하는 보통 사람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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