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리 Apr 03. 2024

가지 않은 길에 있을지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앞의 두 소녀, 1892



피아노 앞의 두 소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소녀는 다정하게 연습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피아노 치는 것이 즐거운 듯하다. 피아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숨은 재능이라도 발견한 걸까.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피아노 앞의 두 소녀’라는 작품이다. 르누아르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삶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즐거움을 포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도자기를 장식하는 일로 예술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파리의 유명한 예술 학교인 에꼴 데 보자르에서 공부했다. 이후 모네, 시슬리 등 화가들과 교류하며 인상주의 화가로 방향을 잡아갔다. 

르누아르의 작품은 빛과 색, 그리고 그의 독특한 붓놀림이 유명하다. 또 자연의 빛과 그 빛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실적으로 포착하여, 순간의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하는 데 탁월했다.           




저 소녀들처럼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려고 한다. 그런데 몇 가지를 시켜봐도 특별히 뛰어난 부분이 없는 아이도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자라는 동안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유난히 못 하는 것도 없었다. 

주위에서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매진하라고 조언했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최고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부단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고, 그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세월이 흘렀다. 한때는 어지간히 나이가 들도록 그런 일 하나 찾지 못하는 내가 참 답답하고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만큼 지나고 보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못 찾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만 들여다보고 내가 아는 것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나’,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조건에 갇혀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거기서 벗어나야 했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것, 내가 안 해본 것을 시도했어야 했다. 낯선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와닿았다. 해보지 않은 일을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 중에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거꾸로 기회가 닿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대하는 마음도 가벼워졌다. 이런 마음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좋은 사람을 찾기보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점이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부분은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면서 맞추어 갔다.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아직도 중요한 과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찾아가는 길 자체가 인생인 것도 같다. 

이전 17화 순수를 찾아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