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리 Apr 10. 2024

비밀의 매력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큐피드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프시케, 1903



매혹적인 젊은 여인이 고풍스러운 문을 살며시 열려고 한다. 그 행동이 무척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얼굴에는 호기심 가득하다.  저쪽이 궁금하지만, 감히 덜컥 열지는 못한다. 문을 여는 순간,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과 다른 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긴장감도 느껴진다.    

  



이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시케로, 큐피드의 정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린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는 영국의 화가로 고전적인 주제나 전설, 신화 등을 로맨틱하고 감성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다. 그는 르네상스 이전의 순수한 예술 스타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라파엘 전파의 대표적인 화가였다.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잘 포착했으며, 묘사가 세밀하고 색채를 풍부하게 사용했다. 또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모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잘 연출했다. 그는 생전에도 이름을 크게 얻었지만, 현대 미술과 대중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신화 속 비너스 여신은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질투해 아들 큐피드에게 잔인한 임무를 준다. 바로 프시케를 사랑할 수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큐피드는 프시케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자신의 아름다운 궁전으로 데려간다. 다만 프시케에게 자기 모습을 보거나 정체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프시케는 약속을 어기고 한밤중에 램프를 켜고 큐피드의 진짜 모습을 보았고, 큐피드는 프시케를 떠나고 만다. 프시케는 큐피드를 다시 찾으려고 힘들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프시케와 큐피드, 이 둘 사이에 비밀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은 큐피드의 존재는 비밀로 남겨두는 것이었고, 그 비밀을 억지로 밝혀낸 순간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실제로도 비밀은 사람의 관계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연인들 사이에는 둘만이 간직할 많은 비밀이 생긴다. 그 은밀함 덕분에 그 사랑이 더욱 강렬해지고 매혹적으로 느껴지며, 관계가 더 아름답고 찬란해지는 것 같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는 남다른 끈끈한 유대가 형성된다.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그 집단의 결속력을 유지하는 강한 힘이 된다. 반대로 그 비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배신자로 낙인찍히거나 집단에 끼지 못하게 되기도 하므로 비밀의 공유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비밀이 많은 사람은 외롭기도 하다. 말 못 할 비밀이 많다는 것은 자기를 있는 대로 보여줄 수 없거나 그러기 싫어서다. 이렇게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장벽에 갇혀 고립되기도 한다.      


비밀은 권력과 지배의 수단으로써 기능한다. 남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비밀을 빌미로 상대를 통제하려 하고, 비밀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끌려 다니게 된다.


더 큰 의미의 비밀은 성장과 변화의 촉매제로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자연이나 우주의 비밀을 풀려면 숨겨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테고, 그 능력 향상은 개인의 발전으로 귀결된다.      


비밀.

참 다양한 매력이 있는 단어다.

이전 18화 가지 않은 길에 있을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