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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Mar 01. 2024

나는 언제나 여기 있단다

메리 카사트, 어머니와 아이, 1880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이 아이는 천사가 아닐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 아가. 너를 나에게 보내준 하늘에 감사한다. 넌 내 전부야. 너를 지키기 위해 이 엄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자라다오. 네가 있어서 엄마는 정말 행복하단다.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4~1926)는 인상주의 화가였으며, 여성들의 삶과 공간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고, 프랑스로 옮겨가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림을 꽃피웠다. 그중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1834~1917)와는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누었고, 서로 작품에 도움을 주었다.      


당시 여성 대부분은 미술을 취미로 삼았다. 그러나 카사트는 가족과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어려운 길을 가는 만큼 그녀는 화가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모든 열정과 노력을 예술에 쏟았으며, 자신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또 드러나게 페미니스트로 활동하지는 않았으나, 작품 속 여성을 지적이고 활동적으로 묘사했다. 한편,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있는 따뜻한 그림도 많이 그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이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오롯이 표현했다. 카사트는 엄마와 아이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나 엄마와 아이의 친밀한 모습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그렸다.      


이 그림에서처럼 부모의 사랑은 자녀의 삶의 기초를 형성하며, 한계가 없다. 부모는 자신보다 자녀의 행복을 우선으로 삼고,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한다.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 안전하도록 지켜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자녀가 살아가며 변화를 겪는 동안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흔히 부모의 사랑을 이처럼 묘사하고 당연히 부모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래야 하고, 실제로도 그런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미디어에 나오는 이상적인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결핍과 상처를 안고 자란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나도 자라면서 가족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커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TV에서 보는 가족들을 보며 내가 원하는 대로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떤 부모를 고를까 생각해 봤다.      


한때는 대단한 경제력으로 내가 원하는 걸 다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부모를 원했다. 또 어떨 때는 다정하고 친구 같은 부모님과 즐겁고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는 하루하루를 상상했다. 그러다가 지적이고 사회적인 성취가 있어 나의 적성을 찾아내 주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부모님이 계시면 좋겠다. 그냥 내가 아무 때나 아무 연락 없이 가도, 아무 말 없이 “왔냐”하고 문을 열어주는 엄마, 아빠였으면 좋겠다. 그분들이 배우지 못했더라도,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오래된 시골집에 계셔도 좋다.


그냥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그곳이 되어주면 충분하다. 내가 다치고, 치이고, 무너졌을 때, 세상이 다 나를 등지고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내 마음이 돌아갈 수 있는 곳 말이다.      


나머지는 모두 내가 이루어내야 할 몫이다.     


내 마음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을 때는 어린 시절의 물질적 부족함이나 다사다난했던 일들은 추억으로 기억으로 남는다. 다만 마음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면, 그 일은 모두 상처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된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은 이런 마음이면 충분할 것 같다.      


얘야, 나는 언제나 여기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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