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좋은 거야 저녁이 좋은 거야
아침부터 회의 호출. 새로 도입하는 시스템 제약을 언제부터 시행할 것인가. 우리 팀은 다다음주, 운영팀은 다음 주. 우리는 겨우 지난주 금요일에 공지했는데 준비할 시간을 2주는 줘야 된다고 했고, 운영팀은 처음 협의할 때부터 다음 주 적용이었다는 주장. 준비기간 동안 최종안 결정이 미뤄졌으니 적용시기도 늦춰줘야 된다는 게 우리의 지속적인 요청이었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꽝. 운영팀은 자기네가 윗선에 보고한 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은 무조건 지켜야 한단다. 그럼 처음 보고한 이후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첫 보고일정을 지켜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그렇게 투명한 세상에 살고 있나.
약간의 각색을 더했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무끼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을 했지만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더 흔한 예를 들어보자. 누가 봐도 이번 달 매출은 80억 원을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월초에 100억 원으로 얘기했으니 끝까지 100억 원으로 보고자료를 만든다. 마지막주에 들어가면 마지못해 99, 97, 95로 바꾸지만 80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실적이 나오면 77~ 두둥. 하지만 상관없다. 이번 달엔 지난달에 못한 것까지 엎어서 할 테니까. 다시 현실을 외면하고 보고 숫자를 만들고 거기 맞춰서 자료를 뒤로 맞춘다. (흔히들 뒷깎기라고 하는)
직장인이라면 이런 비슷한 일들 다 있지 않을까. 한두 번이 아니라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겠지. 이런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왜 일어나는 걸까.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솔직히 터놓지 못하고 일단 나부터 살자가 되면 뒷주머니를 차고 뭔가 숨기게 된다.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모두에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불균형이 생긴다. 정보를 많이 가진 자는 정보를 무기로 사내 정치력을 강화한다. 갈수록 정보의 불균형은 커져간다. 가진 자들의 회의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므로 결론은 건너 건너 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오락관처럼 정보의 누수가 발생한다. 결국 끝단에 있는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그렇게 일을 한 결과를 했을 때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되면 아주 비합리적으로 무시당하게 된다는 거다.
실무에게는 일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일주일 먼저 하든 늦게 하든 합리적으로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면 된다. 조삼모사는 흔히 바보 같은 원숭이들의 아우성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어떤 인간들에게는 조삼모사의 아침과 저녁이 인생에 아주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