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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과수원 36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며

by 주단

-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며


마음은 허공을 헤젓고 있다. 눈앞엔 보이는 것 없는 순백의 공간들. 어디를 헤치고 무엇을 찾아야 할는지.

창밖의 푸른 수목들은 저처럼 자라 있건만, 무엇을 위해 그들은 추운 겨울이면 잠들어 버리고 봄이 되면 또다시 저 모습대로 깨어나는 것일까.


방안은 지저분하고 혼잡스럽다.

번잡을 벗어나려 조금 노력했을 뿐인데 머리가 몹시 아프다. 종일 잠을 잔 것이다. 밤이 되니 오히려 또렷하게 정신이 살아난다.

그래도 내일이란 게 나를 기다려주고는 있다. 주위가 아무리 번잡스럽게 돌아가고 있어도 고개 돌려 외면하지 않는 건 내일 때문일 뿐이다.

지금은 밤, 오늘이 내일로 내일이 오늘로 넘어가는 시간이다. 주위는 고요하고, 초침만이 부지런히 나를 이끌며 걷고 있다.


대입이라는 주어진 짐 때문에 어깨는 무겁기 짝이 없다.

집과 학교를 기계적으로 오가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나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간의 휴면과 일상생활의 해결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가정과, 타인들로 둘러싸여 무의미한 접촉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 변화 없고 지루한 나날들이다.

무언가 있을 것 같아 찾으려 하니 나타나질 않는다. 답답한 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무수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나. 환희 그리고 그 뒤에 무료.

허무하고 싶지 않았다. 찾을수록 허무해지는 일상을 잊고 싶었다.


너는 행복한가? 아니, 그러나 스스로를 쓰다듬고 위로하는 데에는 익숙해 있다.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아니 답답하기만 해. 나의 뇌리는 항상 쓸모없는 움직임으로 부지런하다.

나 자신 쓸모없는 인간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라는 한계 안에서는 나의 존재를 잃으면 다른 모든 가치가 사라지니까.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어야? 아무것도 없어.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난 대가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만이 최선은 아니지 않아? 최상은 아냐. 그저 본능일 뿐.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잠재되어 있는 능력. 내가 기대하는 모두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굳이 가까운 미래에 그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만한 자신도 없고, 노력도 제대로 기울여보지 않았다.


폭탄을 터뜨리면 굉음과 폭발, 그것으로 끝나고 말지만, 놓아두고 있으면 항상 위력이 있다.

나 자신의 의미. 그것은 터뜨리면 소음과 파괴 밖에 나올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터뜨리지 않고 원상 그대로 지속하여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담겨있다.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원하고 있고, 그 때문에 포기도 쉽게 다가와 비눗방울 터지듯이 터져버리곤 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터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희망과 미래까지 터뜨리지는 않는다.


나는 살아있다. 그러나 늘 살고 있지는 않다. 적어도 내가 존재해 왔던 동안 진정으로 살아있던 순간은 채 반도 되지 못했다. 잠을 잤고, 무의식적으로 생활했고, 무의미했다.

일하고 애쓰는 순간에만이 나는 시공을 나의 것으로 차지할 수 있었다.

숨 쉬어 온 그 모든 시간들이 전부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은, 의미 없는 시간에의 자신은 아무것도 지배할 수 없고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가능성을 품은 한 물체. 한정되어 있는 나의 생애 중, 숱한 날들을 나는 무의미한 물체로 존재해 있었다. 애써 문지르면 아름다운 빛을 발할 귀중한 보석들이 아프게 잘려 나갔다.


이제 남은 세월은 얼마일까. 하루하루를 생각 없이 꿈결처럼 흘려보내고, 남은 세월은 또 어떻게 보내게 될까.

그래, 내게 생의 지남은 없다. 언제라도 시작하고 있는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그 어느 시각에도...

미물들의 일생에 비하여 나의 생은 무한에 가깝고, 무한을 미분한 지금의 이 시각들은 단지 나의 것일 뿐,

열중하여 애쓰자. 나의 순간순간들을 아끼고 가다듬자.

그러노라면 언젠가는 그 순간들에서 의미를 찾는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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