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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고 싶어서 그래

건강 수명이 문제다.

by 드망

얼마나 살고 싶어서 그래?

내가 건강관리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지인들의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지나치다 싶지만 나는 절실하다. 기본값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한참 밑바닥에서 시작한다. 거기에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라는 과정까지 입문했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정말 1도 없다. 하지만 사는 날까지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다. 내 몸 내 마음대로 움직이며 걷고, 먹고, 씻고, 화장실 가고... 그렇게 깨끗하게 살다 가고 싶다.


평생 건강이라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다. 지금부터라도 잘 관리해서 한 번쯤은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은 욕망은 있다. 몇 년이라도 지치고, 힘들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 보고 싶은 로망이다. 기본값이 마이너스라 원하는 값을 얻지 못할 것은 안다. 하지만 꿈이 있는 한 죽지 않는다니까! 해 보는 거다.


요양원에서 일하다 보면 건강 수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피부로 느끼게 된다. 건강 수명은 기본이 내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느냐다. 아무리 정신 멀쩡하고 별다른 병이 없어도 내 다리로 걸을 수 없어서 눕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난다.


처음 요양원에 들어갔을 때 그나마 움직이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거의가 와상이다. 당연히 기저귀 하고 누워 있다. 안 움직이고 하루 종일 누워 있는다? 일에 지쳐 피곤한 이들에게는 로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냥 한없이 죽는 날까지 누워 있으라고 하면? 아마 모두 다 일어나서 차라리 지치도록 일하겠다고 할 거다.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 있는 어르신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스스로 옆으로 돌아 누울 수도 없으니 말 그대로 구속이다. 남은 삶이 그 모습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노력한다고 보장되는 일이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도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리와 엉덩이 근육이다. 원래도 근육이 잘 안 생기는 체질이다. 단백질을 챙겨 먹고 근력 운동을 하지만 원하는 만큼 근육이 안 생긴다.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처럼 힘들게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몸도 아니라 정말 잔잔바리 근력운동이 전부다. 그나마 좀 젊을 때 운동을 시작했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전 치매 어르신이 갑자기 오셔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셨다. 오늘 집으로 가실 거라고. 아들이 모시러 오기로 했다는 말씀이셨다. 평소에도 아드님과 통화를 하시는 분이라 순간 진짠가 했다. 요양원 퇴소는 사무실에서 연락이 올 때 정해지는 거라는 생각이 나서 아차 싶었다. 방에 가봤더니 커다란 비닐봉지에 짐을 정말 알뜰히도 싸놓으셨다.


어쩔 수 없이 어르신 스스로 이 상황을 잊어버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절대 접수가 안될 때는 그냥 시간이 답이다. 치매 환자이기 때문이다. 이 어르신은 달리지는 못해도 걸어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어르신도 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중기, 말기로 넘어가며 몸의 기능이 상실된다. 언어에 문제가 생기고, 팔, 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다. 말기가 되면 눈만 뜬 와상 상태가 된다. 근력운동 열심히 해서 근육만 생겨도 치매에 걸리는 이상 말짱 꽝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지나친 건강관리인가 보다. 난 그나마 이렇게라도 관리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멘털이 조금 강해졌다는 거다. 전에는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괜찮은 척하고 살았다. 지금은 듣기에 맘 상한 소리를 들으면 요양원 어르신들이 떠오른다. 그리고는 속으로 한마디 한다. 내 남은 인생 대신 잘 살아줄 거 아니면..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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