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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끄로 Feb 19. 2024

이번엔 간다. 체스키

체스키 크룸로프

초초에게

 비록 겨울의 체스키는 못 왔었지만, 초여름의 체스키에 올 수 있게 되어서 참 기쁜 하루였어. 상트에서 맨날 비 오고 우중충한 날씨만 보다가 파란 하늘, 예쁜 구름. 쨍한 색감의 날씨를 보니 행복했다. 그래도 우리 날씨운 좋은 것 같아. 중요한 곳 가야 할 때에는 늘 쨍한 날씨잖아. 오늘 하루아침부터 힘들게 다니면서 밤의 프라하도 봐서 알차고 보람 있었어. 비록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우리의 다리는 아작… 유럽에 이런 돌바닥 많으니까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서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쯤 무 다리가 되어있겠지. 

 내가 기대했던 체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여곡절 많았던 러시아의 마지막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우리는 상트의 카진성당을 마지막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어. 다행히 짐을 맡길 수 있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어. 이게 행운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지금까지 상트와는 확연히 다르게 날씨가 너무 더웠어. 거기에 어제, 오늘 아침을 많이 먹어 그런지 배까지 아파서 또 힘이 나지 않았어. 이동할 때 가뜩이나 힘든데, 늘 더 힘든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 같다.


 근데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비가 내렸어. 역시나 비의 도시. 설상가상 공항으로 가려는 때에 말이야. 우리에게 정을 떼려고 하는 건가? 우리가 떠나서 상트의 하늘이 아쉬운 건가? 근데, 비는 억수로 쏟아지지, 갑자기 회사에서 월급을 못 준다고 연락 오지, 통장에 돈은 없지, 너무 짜증 났어. 모든 게 이렇게 한 번에 올 줄이야.


 그나마 안도한 건 얀덱스를 이용해서 공항까지 시간 맞춰 잘 도착했다는 거야. 근데,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 출국 심사가 가장 고난이었어. 이렇게 힘든 출국심사는 처음이었어. 내가 더 이상 러시아에 있지 않겠다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내가 영어를 못해서 더 힘들었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어. 그리고, 한국 입국 티켓을 늘 소지하고 다니겠다는 다짐도 했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지막이 더웠던 거와 달리 프라하는 쌀쌀하네. 비가 내린 후여서 그런지 공기도 맑고 하늘이 너무 예뻐. 다시 만난 프라하의 첫인상이 아주 좋다. 2년 만에 다시 온 프리하는 어떨까. 처음이 좋았던 만큼 끝까지 좋은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 댕댕 천국, 하늘이 예쁜, 프라하의 소중한 첫날밤.

그리고 2017년도, 나의 꾸물거림으로 버스를 놓쳐버린, 그래서 가지 못했던 체스키크룸로프에 다녀왔어. 드디어. 버스 타고 이동하는 내내 보인 초록빛 초원이 나의 기대를 높여줬어. 날씨가 좋아서 체스키에서의 하루가 더 빛났어. 구름이 예쁘게 걸린 푸른 하늘은 빨간 지붕 가득한 작은 마을을 더욱 동화처럼 만들었어. 마을 입구로 들어갈 때부터 기분이 좋았어.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간 식당의 음식도 참 맛있었어. 시금치 리조또, 마르게리따 모두 짜지 않고, 야외식탁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먹는 기분까지 완벽했다. 그치? 발 닿은 길 모두 감동의 연속이었어. 괜히 머리를 밤에 감아서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근데 따뜻한 햇살과 적당한 온도가 그 모든 걸 잊게 해 줬어. 체스키크룸로프를 헤매고 헤매 도달한 성 근처. 고지대에서 내리다 보는 풍경은 이게 체코지, 나 드디어 체코에 다시 왔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해 줬어. 체스키크룸로프를 한참 구경하고, 버스터미널을 잘못 찾아 우리는 원래의 정류장으로 발길을 바삐 했어. 다행히 시간 맞추어 버스를 타서 프라하로 돌아왔다.


 오늘은 정말 완벽했어. 코젤 맥주 체코 직영점에서 맛본 맥주도 정말 맛있었거든. 비록 나는 알찌이지만. 이런 나도 좋아할 만큼! 소화시킬 겸 구경한 프라하의 구시가지와 까를교는 2년 전 내가 갔었을 때랑 비슷했어. 거의 똑같았지. 달라진 건 날씨, 같이 온 친구, 그리고 나.

 2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인 것 같은데, 그 새 나는 참 많이 자란 것 같아. 이 먼 땅에 다시 와서 이 풍경을 다시 보고 있노라니 눈물 날 뻔했어. 그때 갔던 젤리가게, 마트, 까를교, 그리고 그때의 숙소까지 전부. 내가 그리워하던 기억 너머 있는 곳에 내가 다시 들어와 있어. 이 추억이 초초 너와 함께 한 시간으로 또다시 한 겹 덧 입혀져 여기를 더욱 그리워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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