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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끄로 Feb 26. 2024

나 먼저 갈게, 안녕!

굿 바이 친구!

초초에게

 너랑 나랑 프라하에서도 완전한 마지막 밤도 지났어. 이제부터는 너와 떨어지니 굉장히 허전할 것 같아. 나랑 여행하면서 불편하거나 짜증 나는 건 없었나 모르겠네. 그런 것이 있었다면 사과할게. 우리 둘 다 한국으로 무사귀환 했으면 좋겠다. 다른 편지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같이 오자고 해줘서 고마워. 네가 같이 오자는 말 안 했으면 나는 지금 쯤 한국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겠지. 함께해서 즐거웠고, 덕분에 좋은 것 많이 봤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도 많이 볼 거야.


 두 번째 프라하는 첫 번째 프라하랑 완전히 다른 곳이었어.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기도 했어. 두 번째로 왔음에도 하지 못한 것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고 두 번 방문한 첫 여행지여서 앞으로 프라하를 더 사랑할 것 같은 설레는 기분도 들어. 

 지금 쯤 초초는 마지막 프라하를 즐기고 있겠지? 어제 못 간 비투스 대성당에는 잘 들어갔나 모르겠네.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어서 많이 서둘렀으려나. 나는 방금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잠시 내려 한숨 돌리고 린츠를 향해 가는 길이야. 거기서 또 한 번 쉬고, 잘츠부르크에 도착해.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버스는 우리가 탔던 스튜던트에이전시보다 조금 별로야. 자리에 모니터도 없고 충전도 못하거든. 비즈니스석 타야 충전이 가능하대. 버스에 무슨 비즈니스석이 있냐. 덕분에 나의 삶의 질은 짧게나마 하락했어. 그나저나 버스에 한국인이 정말 많았어. 사방에 한국인이야. 거의 부산 가는 버스 급. 우리 둘이 체스키 크룸로프에 왔을 때에 한국인을 이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오늘 무슨 날이었나? 

 구름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서 잘츠부르크에서의 여행이 조금 걱정돼. 근데 '어떻게든 여행하겠지 뭐!' 싶더라.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비의 도시였으니까, 흐려봤자 그것보다는 덜하겠지. 러시아가 내게 예방주사를 놔줬나 봐. 


  아무튼 체코 여행은 끝이 났고, 잘츠부르크 여행을 시작했어. 버스에서 보낸 혼자만의 시간은 잠시, 잘츠부르크에서 친구를 만났어. 같이 일했던 친구인데, 퇴사 후 정말 오래간만에! 거기다 한국도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말이야. 마침 친구가 잘츠부르크 근처인 독일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었고, 내가 이곳에 온 날짜와 친구가 쉬는 시기가 아주 딱 맞았어. 


 친구를 만나서 나는 2년 전에도 구입하였던 잘츠부르크 카드를 다시 한번 구입했어. 이번에는 그때보다 알차게 써보리라 마음먹으면서. 첫 개시로 지난겨울에 가지 못 했던 운터스베르크에 갔는데, 덥다 못해 타버릴 것 같았던 잘츠부르크 시내랑은 확연히 다른 온도를 느꼈어.

 한 여름에 반팔을 입고 눈을 밟는 것이 신기하고, 신났어. 그리곤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너무나 작아진 나를 느꼈어. 운터스베르크까지는 잘츠부르크 올드타운에서 꽤 이동을 해야 했어. 친구랑 나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온 데다가 운터스베르크까지 이동하고, 우리는 완전히 지쳐버렸어. 그래서 친구랑 나랑 더 이상의 일정은 하지 말고 바로 밥을 먹고 숙소에서 쉬기로 결정했어. 너는 이동하느라 피곤하지 않았으려나? 


 나는 저녁으로 남미 음식을 먹었어. 매콤한 커리가 진짜 맛있었어. 빵은 누룽지 샌드위치느낌! 처음 먹어본 맛이야. 너도 좋아할 것 같은데 아쉽다. 아직 나는 둘이 하는 여행이라 푸짐하게 챙겨 먹고 있어. 먼저 용감하게 혼자 여행을 시작한 너는 잘 챙겨 먹고 있니?

 지난번에는 잘츠부르크가 이리 볼 것 많고 좋은 곳인 줄 몰랐다? 근데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지나온 길의 모든 풍경까지, 정말 좋아. 언젠가 때가 되면, 세 번째로 오스트리아에 오고 싶어. 그때는 너랑 같이! 이번엔 두 번 간 곳을 안내해 줬으니, 세 번째로 가는 곳을 이끌어줄게. 너와 이 아기자기한 마을들과 웅장한 대자연을 함께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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