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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순 Jan 17. 2024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새롭게 시작할 용기

누군가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했다. 우울하고 축 쳐지는 기분이 들 때는 샤워를 해보라고. 물론 그 조차도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견디고 있는 무게는 모두 다르니까.

몇 번을 주저앉을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내가 싫었다.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상실감이 엄청났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 되었다니. 다른 사람들은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데, 나는 그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진전이 없는 내가 미웠다.     

그럴 때에도 핸드폰을 내려놓을 수 없는 건 현실로부터 도피일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세상에 속해 있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예전의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힘이 들어서 술도 마셔보고 울어도 보고 계속 잠을 자며 도망쳤다. 기분이 괜찮아지기까지,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내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어떨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그런 기분이 이따금 찾아올 때가 있다. 나는 일이 몇 달째 없는데,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을 보며 괴로워했다. 비교는 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정보를 차단하고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제는 그런 기분이 들어도 오래 품고 있지 않으려 노력한다. 헤매면서 발견한 별거 없지만 나에게 맞는 방법 몇 가지를 찾은 덕분이다.




<우울한 기분을 이겨내는 나만의 루틴>


SNS를 잠시 지우고, 책상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구석마다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낸다.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점심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새로운 그림 주제를 스케치하거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영화를 본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라디오를 들으며 밤산책을 한다. 



이 과정들을 생각할 틈 없이 이어서 하는 게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멍해지면 자꾸만 기분이 다운되기 때문에 괴로운 기분이 들 때는 몸을 바쁘게 움직이고 알차게 생활하며 자신을 북돋아주는 편이다. 그렇게 내게 맞는 방법으로 조금씩 용기를 얻었다. 나를 대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분이 처질 수도 있고 우울할 수도 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맥주 한잔을 하며 풀 수도 있고, 땅이 꺼져라 한숨도 내 쉴 수 있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해 보자.      


할 수 있는 건 아파하는 시간을 조금 단축해 보는 것. 사랑하는 나 자신이 조금 덜 힘들도록 애쓰는 것이다. 오늘 유독 힘든 날이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만 해보자. 이 순간만큼은 이럴 때 남들은 무얼 하나 찾아보지 말고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일 한 가지를 하면 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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