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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Mar 19. 202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오피스 다원주의'의 시대에 부쳐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이른바 ‘시대정신’이 사라진 시대라고. 

한 시대를 대표할, 모두가 한마음으로 견지하는 보편적인 태도, 혹은 일종의 의지할만한 구심점이 사라진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시대는 ‘다원주의’적 시대라고요. 

단어의 뜻 그대로 놓고 보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자는 의미가 깃들여 있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물론 다원주의는 그 특성상 다원주의 자체마저 부정하는 입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합니다만.

작은 사회로서의 오피스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다보니, 비슷한 갈등과 충돌이 부득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따라야 할 ‘규칙’을 사수하려는 쪽과, 자유와 여유를 수호하려는 쪽 말이지요. 저희 오피스나, 남의 오피스나 이런 문제는 산재한 것 같더군요. 


얼마전, 제 후배가 팀원 하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독 출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매번 2,30분씩 지각한다고 하네요.) 팀원 하나가 있어서 쓴소리 아닌 쓴소리를 했는데, 영 고칠 기미가 없다고요. 보다 못해 ‘시차출퇴근제’ 활용을 제안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차피 시간을 늦춰도 본인은 계속 늦을 것 같으니, 그냥 하던대로 출근하되 일이 많으면 퇴근 이후에도 일을 하면 된다는 논리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는군요.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면서)


제 후배는 어떻게든 꼭 해결하려는 마음에 상위 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단지 근태 문제뿐만 아니라 평소 다른 팀원들과도 이런저런 충돌이 잦았기에, 업무 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요. 부서장은 양 당사자를 불러 함께 면담을 했는데, 면담의 형식도 형식이지만 그 내용에 저의 후배는 기함하였습니다. 삼자대면한 자리에서 양쪽의 좋은 면을 각각 칭찬하더라는 겁니다. 

"A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B에게도 배울 점이 있지. A는 성실하고 B는 꼼꼼하니,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 좋겠어." 결국 둘의 감정적 싸움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결책으로 양비론이 등장한 것이지요.


사실 저야말로 옛날 사람이라, 그 팀원이나 부서장의 태도를 즉시 이해하긴 힘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아는 바로, 그 부서장은 다른 사람과의 의견 충돌이나 갈등을 상당히 회피하면서, 모두에게 늘 ‘좋은’ 사람으로 포지셔닝하는 타입의 리더입니다. 그래서 둘 다에게 ‘예쁜’ 말로 설득하려고 했겠지요.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도록요. 

그렇지만, 제 후배의 입장에선 그 면담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도 않았고 외려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팀원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은 여전한 채로 부서장에 대한 신뢰마저 잃었다고 하면서요.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 존중하는 이른바 ‘오피스 다원주의’는 아름답지만, 모든 일에 적용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때로는 힘들더라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세울 수 있는 과단성이 필요한 때 말이죠.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지 못하는 경우엔, 내가 더 가치있다고 판단한 토끼를 쫓는 것이 맞습니다. 오히려 ‘A도 맞고, B도 맞다’는 식은 결론이 없거나, 간혹 '둘다 틀림'으로 귀결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말은 참 쉽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리더십과 태도를 원하는 시대에 어느 한 쪽이 맞다고 단언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니 말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모인 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게 마련이고, 그 가운데 의사결정은 시시각각 이루어져야 하기에, 매번 다원주의가 통할 수는 없겠지요. 모두의 의견을 청취하고 고려하는 유연함은 필요하지만, 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리더는 자신의 ‘기준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원칙과 기준을 구성원들에게 잘 설득시키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겠지요. 


여러분은 혹시 조직에서 비슷한 문제를 훌륭하게 풀어낸 경험이 있으신지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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