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기다리던 알림이다.
[xxxx] xx부문 '21년 상반기 경력사원 최종 합격 안내
제목을 빠르게 읽고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 빠르게 메일을 확인해 본다.
꺅 내 인생 첫 이직에 성공!!!
이제 나의 직장생활은 다시 반짝반짝 빛날 일만 남았군!
(하 이제 이 놈의 답답한 회사는 끝이구나!)
두 번째 회사에서 나의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겠군!
"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퇴사하려고 합니다."
팀장님은 전혀 예상 못한 듯 당황한 눈빛이다.
내 인생 두 번째 퇴사 면담.
첫 번째 퇴사 면담 때에는 100%의 확신이 있었다. 밝은 앞날만 보였다. 내 커리어, 내 회사 생활은 무조건 나아질 일만 남았다 생각했다.
두 번째 퇴사 면담은 첫 번째와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 불명확한 이유로 퇴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지금 이렇게 어색한 퇴사 면담을 하고 있다.
팀장 : 김 차장님이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했겠지만,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나 : (...) ㅊ 창업을 하려고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요.
팀장은 퇴사 사유를 듣고 더 당황해하는 듯하다. 당황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항상 머리를 쓸어 넘기던 팀장. 1년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그 모습을 종종 보았더랬지.
...
"혹시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다른 이유가 있고 내가 바꿔 줄 수 있는 부분이면 퇴사를 다시 생각해 볼 마음도 있나요?"
"나는 김 차장이 우리 팀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웠고, 꼭 필요한 사람이 들어왔다 생각했는데 얼마 안 되어 이렇게 다시 퇴사한다고 하니 섭섭하네요."
"지금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이제 회사 업무도 조금 나아질 텐데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내가 회사 생활을 25년 가까이하고 국내 대기업 3군데 이상을 돌아다녀보면서 이런 팀, 이런 회사 없었는데,
그렇다는 건 김 차장도 잘 알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곳을 퇴사하기 너무 아깝지 않아요?"
"창업하는 거 일단은 모른 척해줄 테니 당분간 같이 병행하면서 퇴사는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김 차장 의지 잘 알겠지만, 회사도 나도 너무 아까워서 바로 퇴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1 주일만 더 생각해 보고 다시 면담하는 걸로 해요"
...
1시간 동안의 퇴사 면담동안 쏟아진 팀장님의 질문, 회유책 그리고 마지막 당부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
퇴사 면담을 하는 동안 경력 입사 전형이 떠올랐다.
될까? 되겠어? 혹시? 하면서 넣었던 서류 전형
에라 모르겠다. 솔직하게 찍어야지 했던 인성 검사
설렘으로 시작했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 팀이면 함께 일해도 좋겠다 싶었던 1차 면접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끝난 2차 면접 그리고 이불킥 영어 면접까지
매 전형마다 떨리고 진심이었는데
합격하고 이직하게 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만 같았는데
어쩌다 다시 퇴사 면담을 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 나를 퇴사로까지 이끌었을까.
이렇게 명확히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퇴사 사유가... 괜찮을까?
대 퇴사의 시대, 쏟아지는 콘텐츠들에는 명확한 이유 없는 퇴사는 후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던데 나는 후회를 향해 돌진 중인 걸까?
불안감을 뒤로하며, 마지막 퇴근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내 퇴사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정말 무언가에 홀린 걸까.
그리고 팀장님, 팀원, 퇴직원에 알린 퇴사사유 창업은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