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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윈이 내 삶에 준 변화

결과가 아니라, 해본 감각이 남았다

by 단새

지금까지 내 삶의 작은 시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프로크리에이트 챌린지와 여행일정서비스 모두 나름의 결과가 남은 시도들이었다.

그래, 스몰윈이라 해도 좋을 것들이다.


4회에 걸쳐 스무명정도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챌린지를, 사실상 강의를 했다.

상세페이지 만들기부터 모객까지 직접 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강의 커리큘럼도, 숙제도 하나하나 직접 손봤다. 자료실도 만들고 A/S 강의까지 해봤다.


여행일정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상세페이지, 일정표 양식까지 백지부터 한 자 한 자 만들었다.

몇 달 동안 서비스를 하면서 수정도 많이 했다. 구성도 참 많이 바꾸고 가격까지 고심했다.




무엇 하나 처음 형태의 그대로 끝마친 것이 없었다.


이들의 공통점을 떠올려보자면 그러했다.

처음으로 '해보자' 마음 먹은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망설임이 지배적이었다.

'지금 이대로 시작해도 될까?' 준비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래서인지 가장 처음의 실행은 엉성했고, 조심스러웠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자책이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

달리는 동시에 내가 달려나갈 길을 공사하는 것 같은 기분은 결코 유쾌하진 않았다.


그런데도 문득 뒤돌아보면 그럴듯하게 해낸 것들이 있었다.

허덕이며,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어떻게든 모양을 갖추어낸 결과들.

마치 수리하며 달리는 차처럼 계속 움직이는 와중에 그럭저럭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어떤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건 늘 그런 식이었다.

허술하지만 결국 도달하는 것.


갓 시작해 허덕일 땐 몰랐던 것들이 있다.

내가 시작하기 전에 품고 있던 ‘계획’보다, 허둥지둥 마감한 결과물이 훨씬 더 많은 걸 알려준다는 것.

상상 속의 100점짜리 결과물보다 실제로 만들어 본 70점짜리가 훨씬 더 가치있다는 것.

70점은 어설플 수 있지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다시 고쳐볼 수 있고, 거기서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생각만으로는 그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것들이 결국 해보고 나서야 조금씩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무엇 하나 거창한 것이 없었다.


내가 스몰윈이라 일컫는 것들은 그랬다.

그림 툴을 조금 아는 사람이 초보자를 위해 만든 작고 단순한 챌린지였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잘 아는 도시의 일정을 대신 짜준다는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였다.


그조차도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일단 해보고 고치면 되죠”라는 말에 떠밀리듯 출발한 경우가 많았다.

.

다만 직접 해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생각만 해선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거였다.


시작하기 전에는 스스로 꽤 만족스럽다 생각했던 양식도 막상 서비스해보니 사람들이 쓰기엔 불편했고,

커리큘럼도 한 회만 지나면 금방 조정이 필요했다.

상상만으로 만들어낸 것들은 크든 작든 빈틈이 드러났다.

기대와 현실은 늘 어긋났고, 피드백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것들이 생각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 피드백 덕분에 방향을 고칠 수 있었고 결과는 조금씩 나아졌다.

처음부터 잘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이것들을 시도하고 나름 꾸준히 해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내 안의 어떤 기준을 바꿔놓았다.


‘시작은 준비가 끝났을 때 하는 게 아니라, 해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할 수 있다’는거.

단순하고도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몸으로 배운 시간들이었다.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경험은 완벽하게 준비돼야만 발을 뗄 수 있다 믿던 나를 꽤 바꿔주었다.

시작하기 전에 '이게 될까?' 실패할 이유만 찾고 또 찾아 대비하느라 시작도 못하고 묻어둔 일들이 많았다.

한 번 출발하면 단 한번의 멈춤 없이 목표에 도달하고 싶었고, 미리 모든 장애물을 치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실패할 이유를 먼저 세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몇 달을 고민만 하던 것이 나였다.

그런 나에게 '일단 해보고 고쳐도 되던걸?'이라는 경험은 근거를 주었다.

70점짜리로 시작해도 된다는 근거.


처음부터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일단 70으로 만들어보고 반응을 보는 게 훨씬 낫다는 걸,

그 편이 훨씬 더 빠르고 견고하게 100점짜리에 가까워질 수 있더란걸 그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숨쉬듯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일단 해보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실제로 실행력 좋은 분들을 많이 보았다. 놀랄만한 에너지를 가진 분들도.


하지만 나는 일단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아니다.

그렇기에 나에겐 이 일련의 스몰윈들이 처음으로 나 자신을 믿어 본 경험이었다. 이게 되네? 같은 느낌.

결국 난 생각만 하던 사람에서 생각한 걸 실행해본 사람이 되었고
그 실행해본 감각은 성과보다 오래 남아 여전히 실행력 약한 나를 조금은 더 빨리, 많이 움직이게 한다.


경험이 주는 근거란, 확신이란 참으로 단단한 것임을 알았다.

이따금 준비가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들때면 일단 해보기로 한 나를 믿어보자고, 부러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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