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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Jun 04. 2024

'나 혼자 산다'는 것

웹툰 작가도 아닌, 연예인도 아닌 기안 84라는 사람

나는 그를 모른다. 개방형 SNS도 하지 않는다. 웹툰도 잘 모른다. 딱 한 편 웹툰이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작가도 기안 84가 아닌 강풀, 제목은 '26년'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26년 이후를 배경으로 설정된 이야기였고 지금에서야 찾아보니 무려 2006년의 작품이다.

웹툰에 이 정도 문외한이니 처음 기안 84가 TV를 통해 나왔을 때 그 필명조차도 처음 들었고, 그가 얼마나 대단한 웹툰 독자층을 거느렸는지도 몰랐다. 그걸 몰랐기에 앞으로 그가 발휘할 영향력을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수밖에. 사실 2023년에 그가 연예대상을 받은 것도 나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이제 와서 그가 연예대상을 받기까지의 일들을 모아 보여주는 TV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참, 자기 방식대로 살고 또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셀프로 머리를 자르고 학원 바닥에서 자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것만도 연예인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흔치 않았던 장면이다. 달리기를 하다가 발톱이 빠지손가락으로 밥을 먹거나 빗물 속에 쭈그려 앉아 라면을 먹는 일, 갠지스 강물을 먹는 화제가 되었다는 많은 프로그램과 모습들은 여전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기안 84의 대단함에 놀라고 있다. 존경스럽고 부럽기까지 하다. 물론 웹툰 작가로서의 그, 연예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는 차치하고서 갖는 마음일 수 있다.

다만, 요즘 누구든 제 역할을 자기 의지대로 하기조차 힘든 세상이라는 점에서다. 제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시대라는 이유에서다. 나와 남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좋을지 난감한 상황이라는 데서 오는 경이로운 시선이다.



언론 보도에서 멀어지고 잊혀 가지만 여전히 수많은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전처럼 침해하고, 휘두르고 어이없는 것을 바라는 이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소박하게 남은 직업적 가치나 알량하게 남은 양심적 행동마저 고민하는 나를 보게 된다.  



우화에서 나오는 아버지가 되어 나는 매일 당나귀를 탔다가, 걸렸다가, 메고 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 지쳐갈 때 기안 84의 기행(이라 불리는 원래의 그의 행동)을 모아서 보게 되었다.

그를 모르는 내 눈에 적어도 그인기 웹툰 작가로 보이지 않았다. 연예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정말 하고 싶은 행동을 그냥 하는 사람, 누가 뭐라든 말든 자기가 살아온 방식과 해오던 대로 생활을 나가는 사람으로 보였다.

기안 84를 몰랐던 만큼이나 또 몰랐던 박지현, 김대호 등의 '사람'이 또 살아가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임을 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어쩌면 혼자 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내 방식대로 살기'의 바람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단지, 쇼윈도 방송인이 아닌 '사람'의 대명사로서 기안 84가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살기 어려운 어느 시절에.



* 이미지 출처: 김성모 근성원화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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