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나의 필명에게 바침 -
일찍이 청동기 시대에
민무늬 토기가 있었다지
농사가 시작되고
그 거룩한
행위를 증명하듯
비로소 가치가 생긴
따로 장소를 마련하고
시간을 내어
더 단단하게
마침내 구워낸
모래에 풀숲에 묻어두지 않아도
쓰임대로 생김대로
스스로 바닥되어
끝끝내 우뚝 일어선
나는 민무늬 토기
저 달을 보며
농사를 짓고
정성을 들여
마침내 혼자
당당히 서는
나는야 그릇
가득히 차고
샘없이 내준
순리의 달을
닮고픈 나는
어쩌면 나는
뜨겁게 춥게
살아낸 삶을
무늬로 삼아
내삶을 담은
어여쁜 그릇
그것이 무척
그립나 보다
어느 토끼띠 중년의
달꿈
Moon 무늬 토끼
Moon늬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