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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Feb 27. 2024

쉰을 앞두고 석사졸업

나의 꽃길에 손뼉을

남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거나 납득이 안 되겠지만, 의외로 나는 키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이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적은 편이다. 물론 지금보다야 사춘기나 어린 어느 시기에 불만을 가졌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라고 하기에는 마음 불편했던 횟수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마음속 스펀지에 깊이 스며들지 않았다. 친구들의 투덜거림에 비해 나는 무심했달까. 어느 젊은 날에는 나조차도 그런 이유로 마음 다치지  않은 게 신기하고 이상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이런 특성이 드러나지 않으려 어떤 노력, 시도들을 안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아직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 자신까지는 없었나 보다. 어릴 때는 좀 더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키를 높아 보이려 하이힐도 신었다. 제 나이로 보이거나 더 어리고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비롯한 치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모두 부질없었다. 내가 투덜거린들, 눈 가리기 위해 애쓴들 그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무심해졌다고나 할까. 그것들은 도무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여겼으므로.



오히려 키나 나이, 외모에 대한 생각의 불똥은 엉뚱하게도 사회로 튀었다. 왜 우리 사회는 남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가? 하는 류의 생각을 했더랬다.

일부 사람들은 키가 작거나,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해 '안타깝다. 그렇게 되기 싫다'에 가깝느끼는 것 같다. 그 판단이나 인식이 맞다 할 수는 없다. 게다가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는 문화가 나 역시 안타까웠다. 키가 작은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불편하고 싫을 것이라고 정해주는 사회. 남 때문에 바뀌고 남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볼 때가 많았으리라. 좋게 말하면 비판적 시각, 안 좋게 말하면 삐딱하거나 남 탓을 했던 셈이다.



그러면서 국적이나 민족 역시 내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기에 에 대한 방향을 정했다. 한편으로 나만의 대안마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키나 나이처럼 노력이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는 신경을 덜 써도 괜찮아. 그 반대의 것을 찾아야지, 외모나 나이를 채울 수 있는  무엇을 위해 살아봐야지!'



하나의 결론처럼 정하고 나자 배움이 즐거웠다. 앙코라 임파로!!! 이 말은 평생 현직으로 살았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말이다. 그는 배움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 했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얼마나 겸손하고 근사한 일인가.

그의 작품과 인생에서 감동을 받은 나는 어느 면에서든 하나라도 그와 같아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만 느끼는 소소한 내적 친밀감 같은 게 필요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로 배우는 자세를 점찍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대학원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을까.



마흔이 넘어서 시작했고, 졸업은 한참 더 늦게 했지만 드디어 석사과정을 마쳤다. 시작할 때와 학위를 받은 2024년 이 시점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처음 선택한 전공분야는 정책의 변화 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이제는 없어졌다. 아이러니하게 사회에서는 절실하고 강력한 요구가 있다. 나아가 유망한 시장까지 형성된 분야다.

그에 따라 처음 가졌던 내  포부와 방향이 수정되었다. 그리고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새로운 분야로 전공을 전환하여 수강하는 제도가 생겼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기간에 타전공으로 만났던 교수님은 나의 미켈란젤로였다.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로 인생을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다. 

새로운 스승님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풀어야 할 페이지로 남겨두려 한다. 오늘은 나의 배움에 축하만 하고 싶다. 늦었지만 한편으로 늦지 않은 나이 쉰을 앞두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만으로 자축하고픈 날이므로. 그러기에 충분히 배움의 키는 한 뼘 자라났고, 의미 있게 나이를 먹어왔으므로.



* 봄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꽃처럼 찾아오겠지요. 저는 석사 졸업을 했지만 학교에는 입학식이 있구요. 그리고 저는 글쓰기나 고치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래서 학기 중 연재 간격을 주 1회로 변경하고자 합니다. 이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고 그 양식으로 다시 제 글이 맛나지는 선순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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