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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26. 2024

솔로 예찬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오랜만에 가깝게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이 연락을 주었다. 그동안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마주한 지가 오래된 친구였다.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는 서로 얼굴을 자주 마주치기가 어려워졌다. 아무래도 서로의 삶에서 회사 생활이 우선시되다 보니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너 퇴직했다며? 월급쟁이의 전형적인 표본이던 네가 갑자기 뭔 일이냐? 넌 묵묵히 회사에 충성하고 정년퇴직까지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도대체 왜 그만뒀어? 무슨 일 있었어?”


내 퇴직 소식을 전해 들은 녀석이 깜짝 놀라며 묻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녀석은 평소에 나를 자신의 친구들 중에서 가장 스탠더드 한 직장인이며 안정된 가정을 꾸려가는 부러운 녀석이라고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고는 했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은 내 삶을 지극히 부러워하는 이 녀석은 어쩌다 보니 솔로 생활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는 친구이다. 아직 결혼한 경험이 없고, 집에서 혼자 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며 수십 년 동안 클래식 기타를 치는 음악가이자 밤을 지새우며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며 살아가고 있는 녀석이다. 일 년 전에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회사마저 그만두고 자유롭게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혼자 사는 삶이 편하고 좋다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러게. 그만둘 때가 되어서 그만뒀나 봐. 오랫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잘 해왔으니, 이번 기회에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위한 일을 해봐야지.”


녀석의 물음에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부질없는 것 같아 어설프고 막연한 대답을 했다.


녀석은 자기가 먼저 회사를 그만둔 선배 실직자라며 그동안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격려의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내 한 몸만 잘 간수하면 되지만, 넌 가족이 있으니 앞으로가 고민이긴 하겠다. 그래도 어차피 그만뒀으면 더 이상 미련 갖지 말고 잘 나왔다고 생각해 버려. 그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다 생각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뭐든지 다 해봐.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냐? 소주나 한 잔 하자. 이 형님이 위로주 한 잔 사마.”


녀석의 말대로 과거에 대한 미련은 떨쳐 버리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작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나만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 지금 내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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