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짱 Mar 11. 2024

큰딸의 수술과 집안일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얼마 전 큰딸이 어깨 근육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테니스 관련 웹콘텐츠 배우로 참여하면서 처음 테니스를 배우게 되었는데 평소 격한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그만 어깨 근육에 손상이 오고 말았다. 녀석은 단순히 어깨 근육에 무리가 간 것이라는 동네 정형외과 의사의 소견에 따라 꾸준히 물리치료와 약물처방을 받아왔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점차 통증이 심해져 왔다. 


녀석은 지인으로부터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며 받아 완쾌한 병원이 있다며 보다 크고 전문적이라는 정형외과 병원으로 옮겼다. 운동선수들이 치료를 받으러 온다는 이야기도 있어 안심이 되었다. 엑스레이, MRI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결과로 큰딸에게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동안 어깨 통증에 고생을 많이 한 녀석은 처음부터 작은 동네 병원이 아닌 크고 전문적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어야 했다. 녀석은 동네 작은 병원의 의사 말을 믿고 물리치료만 받아온 자신이 어리석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큰딸은 수술 후 일주일 동안 입원을 해야 했고 아내가 곁에서 간병을 했다. 비록 일주일이지만 우리 가족이 이렇게까지 떨어져 지내는 일은 처음이었다. 나는 작은딸과 함께 그동안 아내가 해왔던 집안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는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며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을 하며 아내의 빈자리를 메꿔야만 했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의 일을 마치면 또 다른 일이 생겼고 이것들은 하루하루 끝없이 반복되었다.


“그동안 엄마가 많이 힘들고 지겨웠겠다.”

"맞아. 이젠 나도 엄마 일을 좀 도와야겠어."


나와 작은딸은 일주일 동안 집안일을 하며 그동안 우리가 했던 집안일이 얼마나 작은 부분이었는지를 반성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과 집안일까지 불평 없이 해왔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쉽지 않았다. 작은딸도 하루종일 일을 하고 퇴근해 집에 오면 지쳐 쓰러지기 일쑤라 무엇인가를 같이 할만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내와 큰딸이 없는 집안은 하염없이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혼자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면 아내의 빈자리에 외로움마저 들었다. 이런 내게 큰딸은 말한다.


“아빠는 혼자서는 절대로 못 사는 사람이야.”


나 역시 백 퍼센트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수술 경과가 좋아 큰딸은 병원에 통원하며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에 있다. 이번에 큰딸의 수술을 겪으면서 아내의 집안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내 역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또 내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고, 특히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

이전 27화 밥 잘 사주는 예쁜 형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