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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Mar 13. 2024

생각나는 사람들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문득문득 기억 속에서 과거 회사 생활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함께 일했던 세 명의 선배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들은 모두 내 조직장들이었고 친밀한 관계였으며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시련의 혹한기들을 잘 이겨냈었다.


한 선배는 사업 철수에 따라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속된 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날 흔쾌히 자신의 팀에 받아 준 사람이다. 그는 호탕한 성격과 함께 술과 인간관계를 즐겼지만 때로는 무척 고집스러웠다. 함께 근무하면서 종종 새벽녘까지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함께 한 시간들은 즐겁고 재미있게 일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면서 처음으로 조직장이 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내겐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두 해 정도 함께한 뒤, 내가 맡은 사업이 확장되면서 다른 부서로 조직이 이동하게 되어 그와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선배는 또다시 내가 속한 팀이 해체될 무렵 나를 찾아와 자신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자며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와 함께 여러 날을 지새우며 신규 사업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 참 꼼꼼하고 생각이 많으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힘들지만 보람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러한 경험들이 많은 성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선배 역시 사업 초창기에 부진한 성과를 이유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이별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선배는 내가 이 회사로 이직한 후 처음 배속된 팀에서 함께 팀원으로 일한 친밀한 관계의 사람이다. 퇴직하기 전 마지막으로 몸담고 있던 팀의 팀장이었고 퇴직의 길도 나와 함께 했다. 독특한 면이 있는 선배로 마치 조선 시대 선비를 연상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신중하면서도 포용적이고, 때로는 저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함께 일하는 동안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고 새로운 도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내게 성장의 기회를 주었던 고마운 선배들이다. 퇴직 후 자주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는 나 자신을 질타해 본다. 함께 일할 당시에는 내 조직장이었지만, 이제는 인생 선배로서 그들과 더 많은 대화와 생각을 나누며 지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도 선배들과 함께 하며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삶의 철학을 배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인연의 끈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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