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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Mar 09. 2024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지난 주말에는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녀석은 마흔이 다 된 나이가 되어서야 제 짝을 만나 시집을 가는 늦깎이 신부였다. 보아하니 매제가 될 사람도 늦깎이 신랑인 듯했다. 그들의 화려한 결혼식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십여 년이 흘러간 아내와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아내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 때가 그립다. 그렇지?”


오랜만에 친척 어르신들을 만났다. 아내와 함께 한 분 한 분께 안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마주하는 어르신들마다 한결같이 물으셨다.


“그래, 오랜만이다. 늙으니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어. 너도 잘 지내지? 회사는 잘 다니고?” 

“아, 네~~~. 잘 다니고 있습니다.”


순간 어떻게 대답을 드려야 할지 망설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재수생이나 취준생들이 왜 집안 모임에 가기를 꺼려하는지 알겠네.’


그 잠깐의 순간이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웠다. 반백살의 나이에 직장도 없이 놀고 있다는 대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는 황급히 어르신들과 마주하는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이것은 자격지심이었다.


잠깐이었지만 어르신들께서 물으시는 안부에 적당한 답변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이분들을 마주한 것이다. 직장도 없는 실직지가 말이다. 누가 보더라도 별것 아닌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이 너무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미안한 마음에 아내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아내와 함께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실업자로 남을 건 아니잖아? 너무 자책하지 말자.’


결혼식장에서 있던 일로 잠이 오지 않는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난 잘될 것이고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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