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짱 Mar 12. 2024

퇴직 후유증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모처럼 회사를 함께 퇴직한 선배와 전화 통화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에 꿈자리가 뒤숭숭해. 회사 동료들과 격렬한 토론을 하는 꿈을 자주 꾸고 있어.”


이것이 퇴직 후유증의 전조 증상인가? 회사에 다닐 때 선배는 조직장으로서 팀원들과 많은 회의를 했었고 다양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자주 했었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들이 꿈에 나타난 것이 아닐까?

 

“회사 생활이 그리운 건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가?”


선배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졌다. 가끔 선배도 회사 생활을 그리워할까? 한동안은 선배에게 퇴직 후유증이 종종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선배에 비하면 난 참으로 무덤덤한 것 같다. 아직 선배처럼 회사와 관련된 꿈을 꿔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일까?


“선배, 난 허전함과 외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일 저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개인적으로 만나는 몇몇 사람들과 가족들이 만나는 사람의 전부네요.”

“나도 그런 것 같아. 이제는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되네.”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퇴직 후유증은 허전함과 외로움이었다. 매일같이 정신없이 밀려들던 일이 없어졌고 사람들과 뒤섞여 논쟁할 일 또한 없어졌다. 공허했다.


퇴직을 하니 회사라는 울타리와 사회적 지위도 없어지고 인연의 끈도 멀어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말벗도 줄어들어 마음 둘 곳이 없는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는 가슴 한 구석에 큰 구멍이 난 것처럼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더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퇴직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직업을 갖거나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고, 함께 하는 동료들도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이 같은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선배와 난 퇴직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일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 주위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자.’


난 나 자신에게 또 하나의 역할을 부여했다.     

이전 28화 큰딸의 수술과 집안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