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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Feb 01. 2024

백화점 입점은 하지 않겠습니다

삶의 우선순위

내 마음은 이미 한껏 들떠서 당장이라도 입점결정을 내릴 판이었.

나는 마지막 질문을 했.

"그런데 이렇게 제안을 받고 안 하겠다는 분도 계신가요?"

"네... 종종 있어요."

안 한다는 분들은 이 좋은 기회를 어떤 이유로 마다하는 거냐 물었.

"뭐... 아무래도 사업을 키우시려면 신규투자도 해야 되고, 따로 시간도 많이 쓰셔야 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지니까요.
그냥 지금 하는 대로 유지하길 원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게 백화점 직원은 생각해 보고 좋은 방향으로 결정해 달라 부탁하 떠났.

나는 3일 동안 고민했.
오빠야랑 주변에도 조언을 구했.

그러나 결국 그 선택을 하지 않았.

처음엔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에 했던 질문의 답변과 같은 이유로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

.................

2013년에 베이킹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불나방처럼 뛰어들었.


'나도 어쩌면 일할 수 있겠다!'

'나도 꿈을 꿀 수 있겠다!'


그런 끓어오르는 열망에 빠져 많은 걸 못 본 체하고 또는 내려놓고 한 방향으로만 뛰었다.

그 결과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1년 만에 내 힘으로 작은 파이집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내가 눈치 못 챈 사이, 나도 우리 가족도 많이 소진됐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 몸은 하나고 모든 걸 완벽히 해낼 순 없었다.

그리고 백화점 입점 제안이 들어온 그 당시, 무엇보다 내가 신경 쓰고 있던 건 나의 오빠야였다.
1년 전부터 그에게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도 그 과정을 다 같이 겪었다.

나는 내 성공만을 보고 달려갈 맘이 없었다.
내 가족들을 추스르고 보듬는 게 우선이었다.

백화점 입점을 하려면 지금 하고 있는 파이집에서 수량을 댈 수가 없으니,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설비를 넣고 기술자를 뽑아서 공장처럼 생산을 해야 했을 거다.
백화점 판매 쪽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
내가 이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여력이 없었다.

난 백화점 직원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직 애들도 어리고 내가 사업을 벌일 상황이 못돼서 입점은 어렵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분은 아쉬워하며 몇 년 뒤라도 괜찮으니 마음 바뀌면 꼭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마쳤다.

그냥 인사치레일 수도 있을 그 말에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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