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종이는 내려놓고 학만 날아간다’
“국화는 여러 꽃 가운데 유달리 뛰어난 네 가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늦게 꽃피는 것이 하나이고, 오래도록 견뎌 내는 것이 둘이고, 향기로운 것이 셋이고, 곱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싸늘하지 않은 것이 넷이다. 세상에서 국화를 사랑해 이름을 얻고, 또 국화의 취향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 역시 이 네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네 가지 외에 또 다르게 국화를 사랑한다. 그것은 촛불 앞에 어린 국화의 그림자다. 밤마다 꽃 그림자를 위해 담장 벽을 깨끗하게 쓸고 등잔불을 켠 다음, 그 가운데 쓸쓸히 앉아 홀로 즐기곤 한다.” -여유당전서 1집 13권-국영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