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너희가 뭐 어때서?
5월의 따뜻한 봄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는 졸업사진을 찍는 설레는 이벤트가 있는 달입니다. 비록 3학년은 이곳에서 보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곳에 오기 전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고 정도 많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니던 학교 친구들과 하루 재미있게 지낼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반대로 몇몇 아이들은 졸업사진 자체를 안 찍겠다고 하더군요.
좀 의아했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심시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씩 불러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모두 좀 충격적이고 어찌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애들이랑 친하지도 않고 학교에서 관심도 없는 거 같아서 가기 싫어요.
학교 친구들과 친하지 않다는 건 어찌 생각해 보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다니던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고는 있지만 배우던 과목도 아니고 대부분 엎드려 자다가 온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어떤 아이는 학교에 가도 출석을 안 불러줘서 유령취급받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했습니다.
학교입장에서는 위탁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학생들을 저희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고 해서 관심자체를 안 갖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담임선생님들은 가끔씩 찾아오셔서 열심히 잘 배우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보러 오십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보내놓고 성적이나 출결을 보낼 때만 저희 쪽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너희가 뭐 어때서?
저는 아이들에게 위축되지 말라고 했고 오히려 너희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1~2년 더 빠르게 직업에 대한 고민도 하고 기술까지 배우고 있으니 너희들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고 용기를 주었죠.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주변환경이 아이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재미있게 친구들과 보내고 오라고 했습니다. 물론 졸업사진을 찍고 온 아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밝은 표정으로 제대로 리프레시를 하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안 한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스스로 위축돼서 오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전 종례시간 아이들에게 "어려운 자격증은 아니지만 하나씩 하나씩 자격증을 따보자!"라고 했지만 아이들 반응은 적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죠.
"자격증 따고 싶지 않아?"
"취업도 하고 싶지 않아?"
"대학교도 가고 싶지 않아?"
전 살짝 아이들을 다그치듯이 연달아 물어봤죠.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진학에 대해서는 관심도 있고, 정보도 많이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취업은 또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지금 이곳에서 배우는 것들이 나중에 취업을 할 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분야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이야기해 줬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번듯한 대학 졸업장도 분명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만 대학에 가서도 결국 취업준비를 하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준비하는 것보다 지금 미리 해두면 도움이 되겠죠.
제 이야기를 들은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시험 봤는데 계속 떨어지면 어떡해요? 그럼 하기 싫어질 것 같은데..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왜 아이들 반응이 현찮았는지... 아이들은 지금까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본인 스스로 노력을 해보지 않았던 겁니다. 어려운 길 같으면 도전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쉬운 길로 선택하죠.
전 아이들이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저는 아이들에게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리 짐작해서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후회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일단 도전을 해보고 그 끝이 죽인지 밥인지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끝이 죽이라면 그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살면서 걸러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그 끝이 밥이라면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말이죠.
아이들에게 저는 길을 안내해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먹었기에 제 경험을 토대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반신반의하며 제 말을 믿고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녀석들의 첫 도전
우선 저는 아이들이 학기 초인 것을 생각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기능사 자격증은 2학기에 도전하고 조금은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는 포토샵이나 AutoCAD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둘 중에 도전하고 싶은 자격증을 선택해 알려달라고 했고, 그 결과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포토샵에 도전,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AutoCAD에 도전하였습니다.
두 시험 모두 1달 정도 시간을 두고 공부하기로 했고, 수업을 마친 후 보충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잘 따라오고 재미도 있어하는 모습이었으나 역시 제가 우려했던 일이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2주 정도는 열심히 하다가 3주 차부터는 아프다는 핑계, 집에 급한 일 있다는 핑계 등 가지각색의 핑계를 대면서 보충수업을 안 듣는 학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다시 한번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 오락 좋아하지?"
"오락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그건 꼭 해결해야 하는 목표가 확실하고 결정적으로 승부욕이 너희들을 붙잡고 있는 거야."
"한 번쯤 그런 경험을 해 본 너희들이 고작 하루 1시간이 힘들다고 한다는 건 뭘까?"
"이제 2주도 안 남았어. 죽인지 밥인지는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저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아이들이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이야기해 줬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0.1%의 노력이 들어간다면 최대 0.1%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고, 100%의 노력이 들어간다면 최대 50%의 보상이 주어질 거야."
"그럼 100% 보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200%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때로는 운이 좋아서 50%만 노력해도 100%를 얻을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운이지 정당한 대가는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사회에서 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100%의 보상을 받기 위해 200%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어."
"심지어 지금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도 아마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치에 200%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야."
"노력의 끝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몰라. 아마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가 아닐까 싶다."
너희들도 이곳에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 해보자!
아이들은 제 이야기가 잔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으면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제 진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다시 마음을 잡고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자격증 시험을 위해 열심히 해나갔습니다.
물론, 포토샵이나 AutoCAD 자격증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본인이 노력해서 얻은 성취감을 느껴본 사람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사수가 저에게 알려주신 것처럼요.
아마도 이런 작은 노력이 불씨가 되어 더 큰 목표를 위해 노력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요? 28명 중 20명이 합격을 했고, 8명은 아쉽지만 불합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먼저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도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격증은 언제든지 딸 수 있지만 이런 소중한 경험은 언제든지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