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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May 30. 2024

낡은 책의 겸손


이 세상 떠날 땐 낡은 책의 죽음처럼

지리멸렬이 찢긴 말로는 겸허하게

불 꺼진 영광은 숙연히 받아들이며

주어진 시간의 끝 앞에 모든 겸손을 다하겠다

그러나 사는 동안은, 종잇장 같지 않으리

제 무게조차 지탱 못해 스러지지도

비에 젖어 흩어지지도 않고

삶의 불 같은 포옹 속에 몸을 떨며 타버리지도

꼿꼿한 허리를 접어 바닥에 대지도 않겠다

말로의 겸손함을 젊음과 나눠 쓰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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