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을 뛰어넘을 때 진짜 내 일이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관성적으로 일을 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보통의 일은 금방 손에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웠던 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쉬워진다. 일이 쉬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늘 '쉬운 일'을 경계하려고 하는 편이다.
쉬운 일이 많으면 마음은 가볍다. 출근길에 할 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저 늘 하던 대로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쉬운 일을 계속해서 쉽게 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나는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쉬운 일도 어렵게,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하기 위해 노력한다.
콘텐츠 기획은 마케터의 숙명이다. 콘텐츠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넓은 관점에서 광고 소재 기획, 오프라인 행사 기획도 모두 콘텐츠 기획의 일부이다. 타깃, 혹은 잠재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빠질 수는 없다. 마케터에 따라 특정 콘텐츠 유형에 강점을 가질 수도 있다.
나는 B2B 프로덕트를 다수 경험하면서, 블로그 글이나 뉴스레터 등 텍스트 기반 콘텐츠 기획에 능숙하다. B2B 프로덕트는 상대적으로 퍼널이 복잡하고, 고객 인지 단계에 따라 콘텐츠를 세분화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텍스트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글의 주제를 잡는 것부터 막막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타깃을 정하고, 적절한 소재를 찾아내고 글을 작성하는 것까지 아주 수월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게 작성한 콘텐츠가 꼭 '좋은 콘텐츠'라는 보장은 없다. 시간에 쫓겨, 익숙한 일이라는 이유로 관성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는 꼭 표가 난다. 글의 흐름이 어색하기도 하고, 같은 문장 구조나 단어가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콘텐츠 성과가 저조할 확률이 높다.
익숙한 일일수록 의식적으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지금 어떤 목표를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는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구조를 갖춰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이 콘텐츠가 누구에게 필요한지. 더불어 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여지는 없는지. 사소하지만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일을 보는 눈'이 한 뼘 성장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사고를 더 확장해 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했을지, 다른 프로덕트에 이 방법을 적용해도 통할지 등.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고 남다른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적어도 내 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가 나의 일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일은 나의 것이 된다.
신혜지(@ssineji) | 마케터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