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하지 않는 환경에서 용기 내는 방법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는 조직이 있다

by 혜지

친구들과, 동료들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약속한 듯 같은 결론으로 흐른다.


'결국은 다 사람 문제지.'


이 짧은 한 마디가 우리 사이를 꽉 채운다. 빈틈없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마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폭언을 일삼는 상사를, 누군가는 나의 성과를 가로챘던 동기를, 누군가는 직원 귀한 줄 모르는 대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우리가 일하며 힘든 이유는 거진 사람 문제다.


아르바이트부터 인턴, 계약직, 정규직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는 '함께 일 하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단순히 함께 일하는 사람이 능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을 대하는 정직한 태도, 사소한 순간에 보이는 배려, 실패 앞에서 쉬이 주저앉지 않는 단단함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동기 부여가 된다. 동시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는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성취감이 느껴진다. 서로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동료가 낸 성과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고민하는 조직. 하지만 정반대의 조직도 있다. 늘 부정적으로 말하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 바쁜 조직. 나의 경우 이런 조직에서는 아무리 중대한 일을 맡더라도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슬프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며 일하기란 쉽지 않다. 몇 번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하지 않는 환경에서 용기를 낼 권리가 있다. 당장 그곳을 박차고 나오라는 뜻은 아니다. 견디는 것도, 바꾸는 것도, 나오는 것도 모두 용기다. 그래서 나는 원하지 않는 환경을 만났을 때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하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1. 견딜 용기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과거에 비추어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때 나는 '견딜 용기'를 낸다. 견디는 것도 용기다.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변화를 도모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는 견디는 것도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견딜 용기를 내는 것은 언제나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 선까지이다.


2. 바꿀 용기

내 의견이 받아 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바꿀 용기'를 낼 수 있다. 어쩌면 가장 내기 어려운 용기이다. 나의 의견으로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는 믿음, 나뿐만 아니라 내 곁의 동료가 조직의 변화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나는 기꺼이 바꿀 용기를 낸다.


3. 나올 용기

바꿀 용기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조직 문화가 나의 가치관에 위배될 때. 그럴 때 '나올 용기'를 낼 수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없는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나는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기꺼이 그러한 조직에서 나올 용기를 내기로 했다.


일하기 위해 속해 있는 조직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 내어 그들이 원하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서는 모두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원하지 않는 환경에서, 맞지 않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면 견딜 용기든, 바꿀 용기든, 나올 용기든 힘껏 내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덧붙여, 나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세상에 없다.


신혜지(@ssineji) | 마케터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합니다.
keyword
이전 10화일이 잘 맞는지 판단하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