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일'은 운명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아주 우연히 마케터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마케팅 일이 꽤나 나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기획부터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업무를 한다는 점이 한 가지에 깊게 몰입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두루 경험하기 좋아하는 성향에 잘 맞고, 내가 한 일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마케팅이야말로 내 일이다’하면서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이 아닌데, 주변에서 종종 어떻게 잘 맞는 일을 그렇게 금방 찾았냐며 물어오곤 한다. 늘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있더라’고 대답할 수는 없으니까.
식상하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 잘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직접 해봐야 한다. 다만 여기서의 '일'은 꼭 회사에서의 일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 직무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하는지 파악하고,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학교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회사의 일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작게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게는 과외나 축제 운영, 박물관 큐레이션을 하면서 알고 있는 것을 쉬운 말로 소개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마케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마케터의 일을 자세히 뜯어보면 맡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쉬운 말로 설명하는 일이다. 결국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나에게 잘 맞는 일로 이어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잘 맞는 구석과 잘 맞지 않는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하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성과를 분석해 다음 콘텐츠에 반영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나의 경우 콘텐츠를 기획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일은 잘 맞는 일의 범주에 속하고, 콘텐츠 제작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다른 일에서도 일의 어떤 구석은 좋아하지만, 어떤 구석은 또 그렇지 않다.
잘 맞지 않는 구석은 분명히 있었지만 나에게 콘텐츠 마케팅 업무는 몰입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혼자서 아이디어를 낼 때도,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 팀 단위로 협업할 때에도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었다. 하게 되는 모든 일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일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은 기꺼이 '나의 일'로 만들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덜 힘든 사람이 그 일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어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내가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다면, 남들보다는 덜 힘들어야 한다. 숫자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사람이 데이터 분석을 맡는다면 그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숫자를 다루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훨씬 덜 힘들 것이다.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남들보다 덜 힘들게 하고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생각보다 퍼즐처럼 나에게 꼭 맞는 일은 있지 않다. 그리고 익숙해지면서 훨씬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런 순간을 기다리기 전에 포기해 버린다면,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을 놓치게 있다.
‘잘 맞는 일’을 찾지 못한 것 같아 혼란스러운 사람이라면,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하고 있는 일에서 좋아하는 구석을 찾아보고,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완벽한 일은 운명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신혜지(@ssineji) | 마케터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