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나만의 기준으로 기록할 때 내 것이 된다
어떤 일을 하던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회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 녹취록, 중요한 일정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 업무 진행을 파악하기 위한 업무일지까지. 업무 중 기록해야 할 일은 넘쳐난다. 무조건 종이에 모든 것을 기록하던 시절을 지나, 디지털로 많은 것을 기록하고 자동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손으로 기록하고 메모해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인턴 시절부터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노트를 늘 갖고 다닌다. 이 노트는 개인업무 중에도, 회의실에도, 외근을 할 때에도 늘 나에게 붙어있다. 아침에 오면 으레 노트를 펼쳐 오늘 하루 할 일을 정리한다. 이 내용은 아침 회의(데일리 스크럼)을 할 때 참고할 좋은 컨닝 페이퍼(!)가 되어준다.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듯, 오늘 해결한 과업은 적어둔 내용 옆에 표시해둔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아래줄에 다음의 할 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라 대단한 성취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동화 도구가 정말 많이 나왔다. 회사에 다니면서 여러 도구(노션, 아사나 등)를 사용해보았는데, 다양한 도구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날 아침 다시 노트를 펼쳐든다. 내가 정한 규칙에 따라 나열되고, 정리된 목록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무슨 기준으로 정리한 건지, 어떤 기준으로 일을 쪼개어 적어둔 건지 헷갈리겠지만, 결국 이 노트는 나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볼 것이라는 부담은 전혀 없다.
이렇게 기록한 노트는 6개월이면 꼭 한 권이 채워진다. 노트를 보면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했던 업무는 무엇인지, 늘 일정 시간을 투입하던 업무는 무엇인지,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만큼의 기간이 소요되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빠르게 휘갈겨 적어두었던 업무 피드백이나 메모도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나중에 나의 업무 습관을 파악해 나에게 맞는 하나의 단위로 할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혁신적인 도구(!)가 발명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노트를 내려놓지는 못할 것 같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이 노트만큼 나의 일을 잘 파악하고, 빠르게 변화를 반영하고, 작고 사소한 일도 '나의 일'로 만들어주는 도구는 없을테니까.
신혜지(@ssineji) | 마케터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알고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