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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운 과업이 맡겨졌을 때

일은 주어졌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by 혜지

회사를 옮기고 맡은 업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되었다. 무언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는 혼자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부터, 다른 팀과의 협업도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라 일정을 정하고 차분히 준비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정대로 순탄하게 흘러가는 프로젝트는 그리 많지 않다. 일정은 바뀌고, 새로운 업무가 끼어들고 내 생각보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업무 시간 내내 떠나지를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주니어 연차에 부담스러운 일을 맡았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많은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피드백이 많고, 그 피드백을 잘 소화해낼 수록 양질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은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과정에 팀원들에게 의견을 요청했다. 마음 한 켠에는 '이 사람들을 너무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을 안고.


그러나 너무 자주 의견을 요청하는 것은 아닐까 지레 겁먹었던 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팀 내부에도 히스토리가 없는 일을 수행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일의 방향을 정해야 했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통해 그 방향은 조금 더 또렷해졌다. 계속해서 함께 일의 방향을 확인하면서 밀도있는 협업을 할 수 있었다.


의견을 요청할 때 나는 늘 어떤 부분에, 언제까지 의견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전체 플로우, 주요 콘텐츠의 구성, 세세하게는 가로/세로 템플릿을 결정하는 것까지 의견을 요청하면서 고민되는 지점을 정리하고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 편하도록 문서화했다. 누군가에게 요청하기 위한 문서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위해 정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 정리한 문서는 프로젝트 진행 개요가 되어, 매뉴얼화 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이던 처음 하는 일은 부담스럽고 막막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것을 해내는 사람과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의 차이는 일의 방향을 어떻게 확인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동료들과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보인다.


다시 새로운 일이 주어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나에게 던져지겠지만, 전처럼 겁먹지는 않을 것 같다. 일을 나누고, 동료들의 의견을 모으고, 방향을 결정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신혜지(@ssineji) | 마케터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알고싶은 것이 생기면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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