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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Sep 26. 2024

수라

아름다움을 본 죄


*준비물 : 생수. 손수건

*장 소 : ***미디어센터

(장소가 **도서관이 아닌 점 명심 하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손수건을 챙기라는 말은 눈물을 닦을 거라는 의미인데... 과연 그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차다가, 가슴이 아프다가, 경이롭다가, 슬프다가, 황홀하다가.

양가감정으로 널뛰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말로만 듣던 ‘새만금 간척사업’에 이런 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

33년 전부터 시작을 했으니 '새만금'이란 단어는 익숙하지만 나와는 무관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을 했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 바다를 바란다. 수라
마지막 갯벌 ‘수라’ 새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서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오래전 갯벌에 관한 다큐를 만들다 포기했던 영화감독 ‘윤’은 이들들 만나 다시 카메라를 든다.
말라가는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 검은 머리 갈매기, 흰 발 농게...
청춘을 바쳐 이들을 기록해 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행
‘수라’에 희망의 물길이 차오른다!


방조제 공사로 말라버린 갯벌에 남아있던 조개와 새들의 집단 폐사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러다 도요새들의 퍼레이드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습지에 붉은 칠면초 군락은 마치 붉은 노을 같았다.

갯벌을 살릴 수 있는 멸종위기의 동물인 법적 보호종, 저어새, 검은 머리 갈매기, 검은 머리 쑥새, 금 개구리, 흰 다리 농게... 등을 찾은 순간 안도의 한숨과 희열을 느꼈다.


다큐 '수라'에는 오동필과 그의 아들 오승준, 황윤과 그 밖의 생태조사단이 나온다.

생태조사단장인 오동필은 아들 승준(서너 살)을 데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수라를 향했다.

이들 부자는 20년이란 세월을, 80번의 계절을 자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라와 함께 했다. 아빠를 따라나섰던 꼬맹이 아들은 이제 스물네 살이 됐고, 생물학과에 진학해 수라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수라를 지키기 위해 이들 부자와 함께한 사람이 있었다. 영화감독 황윤이다.

영화감독 황윤은 7년 전부터 오 씨 부자와 함께 수라를 필름에 담기 시작했다.

이 다큐는 ‘자연탐사 생명의 신비’라는 다큐와 시사교양 '인간극장’을 융합해 놓은 듯했다.


생태조사단장 부자의 20년이, 황윤감독의 7년이 108분의 영상으로 담겨 있음을 알면서도 난 지금 당장이라도 수라에 달려가고 싶었다.

달려가면 그곳에 도요새의 퍼레이드를, 저어새를, 한국 토종 금개구리를, 검은 머리갈매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저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과 그것을 지키고자 애 이들 앞에 가슴이 먹먹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갯벌의 생과 사를 다룬 이 다큐는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이 생각났다.



이들은 “아름다운 것을 본 것이 죄라면 우리는 죄인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나도 다큐 ‘수라’를 통해서 아름다운 것을 본 죄인이 되었다.

내 마음속의 정의로운 꼬마요정이 말한다.

‘아름다움을 본 이상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넌 지금부터 방관한 죄가 될 것이다’


강사님은 수라를 지키는 작은 실천으로 다큐 '수라'를 한 사람이라도 더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수라 2'가 준비 중이라고 다. ‘수라 2’를 준비하면서 펀딩을 곧 할 거라 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 방관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본 죄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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