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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Oct 03. 2024

벚꽃 엔딩

가을 벚꽃


아~ 이 녀석 봄인 줄 알았나 보네!

도서관 강좌를 마치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 여름이라면 절대 못했을 걷기,

도서관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시간가량 린다.

하얀 벚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 갈 때는 분명 못 봤는데...

이 가을에 벚꽃을 만나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벚꽃을 보니 올봄의 일이 떠오른다.




<하얀 목련> ; 벚꽃이 굿바이 인사를 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안타깝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거예요.

계속 펴 있는 벚꽃은 조화일 뿐이죠. 꽃잎이 흩날리고 바닥에 나뒹굴며 마지막 인사를 전 할 때, 우리도 설레는 날들이었다고 고마웠다고 손 흔들어줘요. 보낼 건 떠나보내야죠.

'새순'이란 행복이 돋아 나고 있잖아요. 새순들이 무성하게 푸른 잎으로 '행복'을 꽉 꽉 채워 줄 거잖아요. 오늘은 벚꽃과 굿바이하며 즐기세요. 안타까우면 안타까운 대로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내 감정을 즐기세요!


<A > : 꽃잎, 떨어지는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세요?


벚꽃이 흩날리던 4월의 어느 날 아침, 한 밴드에 바닥에 떨어진 벚꽃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더니 A의 댓글이 질문으로 날아왔다. 그날, 내가 A의 질문에 보낸 답은 이랬다.


<하얀 목련> ; 벚꽃이 흐드러진 병원길을 영구차에 실려 떠나신 시어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벚꽃 만발한 벚꽃길을 영구차가 빠져나갈 때 '살려고 이곳을 왔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떡하냐'라고 절규를 했었죠. 19년 전인데, 해마다 저의 봄은 아픕니다.

그런데 이번 해는 다릅니다. 며칠 전 제사를 지내면서 참 좋은 계절에 가셨구나!

마음속 어머니를 이제야 보내 드리나 봅니다. 저도 이 계절에 지고 싶다는 생각!

참 예쁜 계절에... (올해는 어머님 생각으로 울지 않았는데, 제 눈시울을 적시네요)



19년 전,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이 그해 겨울 뇌졸중으로 주방에서 쓰러지셨다.

어머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작은 종합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한 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모시게 되었다. 어머님은 미동도 없는 식물인간이 되셨고, 4월 초 끝내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으셨다.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병원 건물 주변은 온통 하얀 벚꽃 잔치였다.


발인날 아침, 장지를 가기 위해 운구차가 출발했다. 안쪽에 위치한 장례식장부터 병원 입구까지 벚꽃은 눈이 부시도록 유난히 하얀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아니, 이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머님이 처음 들어온 곳은 병원이다. 병이 낫고자, 살고자 온 것이다. 그런데 영구차에 실려 나가시다니...’

영구차가 병원 앞 벚꽃 터널을 빠져나가는 순간 나는 절규를 하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살려고 이곳을 왔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해요! 살려고 이곳을 왔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해요! "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나의 봄은 늘 아팠다. 특히 벚꽃이 만발한 시기에는 더욱 그랬다.

그날 이후 나에게 벚꽃의 꽃말은 ‘어머님과 그리움’이었다.



올해도 어머님 기일에 어김없이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하지만, 올해는 가슴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아~어머님이 참 좋은 계절에 가셨구나!’ 이 마음은 나도 이 계절에 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내가 이제야 어머님을 보내 드리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밴드의 질문으로 날아온 A의 댓글이 평화로운 내 마음을 건드린 것이었다. 펑펑 울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편안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병원을 빠져나오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하늘나라는 어때요?

어머님이 시골집에 계실 때처럼 전화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문자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내가 A의 질문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었던 것처럼, 내 질문에 어머니가 대답을 해주실리는 없지만 나는 혼잣말로 어머니께 말을 건네곤 한다. 그때마다 푸른 하늘 하얀 뭉게구름 위에서 어머님이 지그시 웃으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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