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배우는 삶과 시
- 늘그래
폭염 후 장맛비 속
나의 잰걸음 붙잡는
작은 존재
흔들리는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집을 짓는
거미 한 마리
하필 텃밭 한가운데
사람 손길에 닿는 곳에
거미는 집을 짓는다
바보야
그거 다 헛수고야
다른 곳으로 가
거미는
사람말을 못 알아듣는다
아니,
들려도 듣지 않는다
미련하다 바보 같다 타박에도
그저
제 한 몸 바삐 움직여
제 새끼 살 찌울 생각만 한다
벌레 대신 시든 잎사귀만 붙어도
사람 손길에 공든 제 집 또 무너져도
그저 묵묵히
쉬지 않고 제 할 일만 하는 거미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포기하지 마
빗 속에서 흔들리며
자꾸 말을 거는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