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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거미]

자연 속에서 배우는 삶과 시

by 윤서린


tempImageRHmH8i.heic Photo by SMY _ 20250806 엄마와 아기

[그럼에도, 거미]

- 늘그래


폭염 후 장맛비 속

나의 잰걸음 붙잡는

작은 존재


흔들리는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집을 짓는

거미 한 마리


하필 텃밭 한가운데

사람 손길에 닿는 곳에

거미는 집을 짓는다


바보야

그거 다 헛수고야

다른 곳으로 가


거미는

사람말을 못 알아듣는다

아니,

들려도 듣지 않는다


미련하다 바보 같다 타박에도

그저

제 한 몸 바삐 움직여

제 새끼 살 찌울 생각만 한다


벌레 대신 시든 잎사귀만 붙어도

사람 손길에 공든 제 집 또 무너져도


그저 묵묵히

쉬지 않고 제 할 일만 하는 거미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포기하지 마


빗 속에서 흔들리며

자꾸 말을 거는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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