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말고 출제를 하는 삶을 위하여

[읽고 쓰기 165일 차] 최재천 [통섭형 인재가 되려면]

by 윤서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바로 한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만능인, 르네상스맨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통섭'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런 단어가 제 옷처럼 맞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오늘은 최재천 교수가 20년 전에 하버드 대학 지도 교수였던 에드워드 월슨 교수의 <consilience>라는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통섭'에 대해 읽는다.


최재천 <희망수업>

[통섭형 인재가 되려면]


'통섭'의 예시로 등장한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 출시'

이제는 너무 여러 번 들어서 식상할 만도 하건만, 아직은 그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은 인재는 크게 없는 것 같다.

아이폰을 넘어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뒤를 잇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폰 출시가 인류에게 갖는 의미는 전화기를 호주머니에 들고 다닐 수 있다는 단순한 편리함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그 안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새로운 세계와 사회를 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술'과 '인문학'을 함께 연결한 융합과 '통섭'의 과정 속에서 아이폰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왜 다른 나라 제품이나 문화에 '하청'을 받는 수준에 머무르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숙제밖에 할 줄 모르는 나라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기술력이 뛰어나 다른 나라기업이 하청한 '숙제'는 잘하는데 스토리나 아이디어가 부족해 새로운 '출제'는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라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과학기술 위에 인문학을 얹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서로 오고 가며 생각을 키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물을 깊이 파려거든 넓게 파라


가야금 명인 고 황병기 선생님이 첼리스트 장한나 씨에게 덕담으로 들려준 우리 옛말이다.


진리의 심연에 이르려면 깊게 파야하고 그러자면 넓게 파기 시작해야 한다

(56면)


최재천 교수는 21세기의 학문 중 다른 학문의 도움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창의적 인재가 부족한 이유는 너무 하나에만 집중해 '전문화'되려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기 전공분야의 옆 동네는 넘나들 정도의 소양은 가져야 한다



교수의 말처럼 '통섭'이라는 것은 어쩌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우리 한국인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자연과학과 인문학, 예술문화, 스포츠가 '통섭'의 과정을 거치면 그동안 우리 인류에게 없던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새벽과 아침에 독서를 시작한 지 165일 차가 된 초보독서가인 나에게도 조금 변화가 생기고 있다.

수필, 시, 에세이, 예술분야 책만 읽던 내가 슬쩍슬쩍 다른 분야책에 관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어려운 분야, 잘 모르는 분야, 관심 없는 분야라고 지나쳤던 자연과학 코너에 어떤 책이 있나 기웃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평소에는 그 코너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아마 야금야금 읽고 있는 '내면소통'이나 '호모사피엔스' 덕분(?)에 내 관심사가 넓어진 것일까?


힐끗 거리며 제목이라도 훑어보고 목차라도 열어보며 요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감각해 보려 노력 중이다.


내 삶에 있어서 나는 늘 주어진 숙제만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살림, 육아, 일, 시집살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풀지 못한 숙제들만 가든한 가방을 짊어지고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독서를 시작하고 매일 몇 줄이라도 내 생각을 써보는 삶을 살면서 나는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그저 눈떴으니 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내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삶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세상을 향해 '숙제'만 잘하는 게 아닌 '통섭'을 통한 '출제'를 할 줄 아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통해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인 나를 들여다본다.


앞으로 내 삶의 커다란 그릇에 다양한 관심과 다채로운 관점, 경험을 담고 싶다.

그 그릇에 취미라는 양념을 넣어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어 허기진 내 삶에 크게 한 입씩 떠 넣어 주고 싶다.


내 삶에도 숙제 말고 질문을 던져본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하려면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침독서를 통해 삶의 비비밤 그릇에 넣은 '통섭'이라는 단어를 꼭꼭 잘 씹어 삼켜본다.

내가 출제한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풀이과정이 너무 어려워 체하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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