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 167일차]마티아스 뇔케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
아일랜드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오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
친구의 고통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데는
정말 훌륭한 천성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쓴 독서기록에 친구와 지인을 구분 짓는 내 나름 기준을 썼던 적이 있다.
내가 과연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했을 때 선뜻 손가락을 접으며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고민해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기울어지는 관계는 많지 않았다.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친구의 고민이나 이야기는 공감하고 들어줄 수 있지만 정말 기쁜 일에 내 일처럼 기뻐해줄 수 있는가.
거기에서 덜컥하고 내 마음이 걸린다.
기쁘다는 말로 앞에서 공감해 주고 뒤에서 부러워하거나 내 신세와 비교하며 멀어지는 관계로 변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겁이 나는 것이다.
마티아스 뇔케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사회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테서의 조사 실험을 통해 알려준다.
실험 대상자와 친구,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과제 해결 테스트를 하게 한다.
이때 그룹을 둘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단순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다른 그룹에는 '중요한 언어적 능력'을 측정한다고 말한 뒤 그 결과를 비교해 봤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단순 게임이라고 했을 때는 친구에게 더 나은 힌트를 제공했다.
반면 언어적 능력을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에게 더 나은 힌트를 제공했다.
이 실험이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동등한 존재로 비교되는 친구가 나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서는 것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일"(243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친구사이에 "겸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공과 성과의 기쁨을 친구와 나누고 싶을 때 이런 것들을 주의하면 어떨까?
어떤 성공과 성과를 이뤘을 때 겸손하기.
자랑처럼 여러 차례 말하지 않기.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기.
친구와 나는 대등한 관계라는 것 잊지 않기.
친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좀 더 많은 정보,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친구와의 관계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정은 같은 눈높이에서 더 깊어진다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취미나 공통된 관심사, 비슷한 환경 혹은 과거의 경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요한 것은 당신을 친구와 연결해 주는 것,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것에 절대 우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244면)
겸손이 당신과 친구를 같은 눈높이에 머물도록 해준다
친구 사이에서는 내가 그보다 능력이나 성과가 뛰어나다는 특별함을 증명할 이유와 필요가 없다.
기쁘고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친구에게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적당한 인정과 축하를 주고받고 감탄과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하고 대등한 관계인 진정한 "친구"라는 이름에 맞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같은 눈높이에서 더 깊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한동안 소홀했던 친구의 안부를 묻는 한 주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