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 169일 차] <죽음의 수용소에서>, <우리가 함께 장마를.
5:30분 오늘도 새벽을 가르는 낭독 시간이 시작됐다.
출근 준비하는 그를 위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주요 문장들을 읽어준다.
목소리에 힘을 싣고 또박또박 끊어 읽는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닿아 지금의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3월에 읽었던 책을 어제오늘 다시 꺼내서 읽는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164면)
(166면)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_니체
내 삶의 태도를 바꾼 이 책이 이제 남편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잘 이겨낼 것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다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순간 매일 아침 찍던 시간인증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 역시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 169일 차인데 습관처럼 눈뜨자마자 하던 일인데...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대한 독서기록을 간단히 하고 다시 누우려다 박준 시집을 찾는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_ 박준 [안과 밖] 일부 발췌
빛도 얼룩 같을까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 버릴까
그래서 나도 버릴까
그래도 앉혀두고 한 소리 하고 싶을까
삼키려던 침 뱉을까
바닥으로 겉을 훑을까
...
죄도 있을까
아니 잘못이라도 있을까
여전히 믿음 끝에 말들이 매달릴까
문득 내다보는 기대 있을까
내어다 보면 밖은 있을까
인간에게 크게 실망하면 기대를 접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한 사람에게 더 이상 어떤 기대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나는 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겠지...
그렇게 마음을 비웠는데.
또 실망스러운 일이 생긴다.
다행히 몇 달 전 마음을 비워서였을까
실망보다 견뎌내자는 쪽으로 먼저 마음을 돌리는 나 자신을 본다.
박준시의 문장처럼 "여전히 믿음 끝에 말들이 매달릴까"
나는 "믿음"이라는 단어의 힘이 내 안에서 흐릿해져 감을 안다.
그럼에도 아직 다 지워지지는 않았다는 안도감도 함께 느낀다.
"문득 내다보는 기대"도 품는다.
그도 깨닫고 있겠지.. 변화되겠지...
나도 모르게 기대를 품는다.
상대에 대한 실망감에 괴로워할 것인지, 변화의 기회로 삼아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행동할지는 온전히 나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있다.
나는 지금 실망감 대신 기대감 쪽으로 몸과 마음을 기울이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상대에게 참고 인내할 수 있는 한계는 세 번이다.
함께한 24년의 세월... 이렇게 두 번의 시련과 실망이 지나간다.
그럼에도 한 번은 더 믿어보는 것.
그것이 내가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부디 마지막은 기대감의 승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