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미신과 나만의 여행

[읽고 쓰기 171일 차] 랠프 월도 에머슨 <자기 신뢰>

by 윤서린

2월에 읽었다 꽂아두었던 <자기 신뢰>를 펼친다.

역시 이 책 저책 조금씩 마음 닿는 책을 읽는 병렬독서자답게 읽다 멈춘 구간이 있다.


랠프 월도 에머슨 <자기 신뢰>


'여행'이라는 미신에 매혹당하는 것은
자기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


"인간의 내부에서 힘이 넘쳐 오르면, 그는 자신의 의무 속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영혼은 여행자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집에 머무른다


여행은 어리석은 자의 낙원이다


한 번이라도 여행을 떠나보면, 어디에 가더라도 그곳이 그곳일 뿐,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 그곳에서도 엄연한 현실, 곧 내가 도망쳐온 슬픈 자아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으로 가차 없이 다가온다. (...) 경치와 암시에 취한 척 가장해 보지만 사실은 도취되지 않는다.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나의 분신인 거인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121면)


육체가 집에 머물러 있어야만 할 상활일 때,

우리의 마음은 여행을 떠난다
(....) 바로 정신의 여행이다.

글을 읽다 보면 에머슨이 '여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글에서 밝혔듯이 "예술과 학문, 박애를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현실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아닌 세상 밖으로 도피하는 여행을 탓하는 것이다.


마음이 공허하거나 현실에 답답할 때 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멀리, 아무도 날 모르는 낯선 곳, 아름다운 풍경, 평온한 자연...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떠나는 것은 어렵다.


어제 약속이 있어 동네 하천 쪽을 지나갔는데 내가 못 가본 여름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었다.


삶이 고되면 주변의 풍경을 잃어버린다.


꽃, 풀, 구름, 하늘, 달... 어떤 한 가지에 꽂혀서 세상을 본다.

주변을 더 넓게 확 트인 시선으로 보지 못하고 나만의 손바닥 같은 액자틀에 풍경을 가두고 '예쁘다' 감탄하고 있다. 그나마 그런 작은 호사를 누리게 된 것도 비록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여름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새벽독서를 하고 글을 쓴다.


현실에 도망치듯 저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펼쳐진 우리 동네 산책로로 작은 여행을 떠날 참이다.


몸은 산책로를 따라 여행하고 마음은 좀 더 멀리 여행을 보내야겠다.

새벽 공기에 답답한 가슴의 먼지를 털고 새로운 하루, 평온한 일상을 찾아가는 여행 같은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오랜만에 샌들이 아닌 운동화를 신는다.

발등을 감싸며 조여 오는 촉감이 내 정신의 끈을 바짝 당기는 운동화 끈 같이 느껴진다.

걷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다행이다.


나는 내 영혼과 대화하며 걷는 나만의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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