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곱씹어 나눠 먹기

[읽고 쓰기 168일 차]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by 윤서린

내 주변에 펑! 하고 폭탄이 던져졌다.


인생 참 쉽지 않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상치도 못한 일

삶을 뒤흔드는 지각변동.


감당하고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전 같으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괴롭다는 생각에 빠져있을 텐데.

이제는 생각이 다른 쪽으로 흐른다.


'이 일이 생긴 이유가 분명 있어.'

'상대를 원망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내가 중심을 잡아 일을 해결해야 해'

'지금이 오히려 변화의 기회야'


나에게 폭탄을 던진 이에게 생각이 복잡하면 책을 읽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뭔가를 읽을 정신이 아닌가 보다.


나도 드러누워 끙끙 앓고 싶지만 그럴 수없다.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새벽독서글과 노랫말 쓰기로 루틴을 이어간다.

마음을 다지고 흐트러진 정신을 붙잡기 위해 책을 펼친다.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

올해 3월 3일 새벽독서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처음 읽었던 책.

독서 168일 차,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밑줄 친 문장을 눈으로 읽는다.

그러다 소리 내어 읽는다.

'내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준 문장이니 읽지 못하겠으면 들어라도 줘'라는 마음으로.

자폭한 상대가 아직 귀와 마음은 열려있음을 기도하며.


빅터 프랭클의 문장을 읽는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의 문장도 두 번 세 번 읽는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다

_도스토옙스키


이것은 낭독, 아니 낭창에 가깝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_ 스피노자


힘들어하는 그에게 이 문장을 선물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_니체


그는 아무 답이 없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견뎌.

나도 견딜 테니까.

무너지지 말고 견뎌.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만 생각해.'


자책으로 의욕도 밥맛도 없는 그를 억지로 밥상 앞에 앉힌다.

집안 대청소를 하며 싸이의 "좋은 날이 올 거야"를 크게 틀어놓는다.

힘들 때 누군가를 살린 노래라고 추천된 노라조의 "형"을 멜*에 들어가 틀었더니 이미 하트가 눌러져 있다.

나는 처음 듣는데 그가 좋아하는 곡인가 보다.

한 곡 반복 재생.


아침에 차키를 못 찾아 한 시간 넘게 그와 온 집안을 뒤졌다.

결국 원래 올려놓는 곳의 뒤편으로 떨어진 차키를 찾았는데 화가 나지 않는다.

'이 사람... 매일 올려놓은 곳에 차키를 못 찾을 정도로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

'우리가 찾고 있는 문제의 열쇠는 원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가 미처 찾지 못한걸 수 있구나...'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그에게 말한다.


"약해지지 마. 있는 그대로의 고통과 대면해야 한다고 했어. 우리 이 시련을 완수하자."


나는 어미새가 된 걸까?

책 속에서 찾은 문장을 잘게 씹어 그에게 물려준다.

'우리... 이 문장을 꼭꼭 잘 씹자. 잘 씹고 나눠 먹으며 이 시련에서 살아남자.'


힘들 때 찾아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힘들 때 찾아 읽게 되는 문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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