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기념관 및 박물관(Memorial & Museum)
지난 9월 11일 해 질 녘, 뉴욕 맨해튼에는 두 개의 빛줄기가 밤하늘을 가르고 높이 솟아올랐다. 9/11 테러 때 사라진 트윈 타워를 상기시키는 빛의 축제(Tribute in Light)이다. 우리가 잃은 게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빛은 다음 날 새벽까지 로어 맨해튼 주변 60마일 반경 내에서 볼 수 있었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납치한 민간 항공기 4대가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와 워싱턴 D.C. 의 펜타곤을 공격했으며, 펜실베이니아(Pennsylnania), 생스빌(Shanksville) 근처에도 추락했다.
빛의 추모 행사는 9/11 테러로부터 6개월 후인 2002년 3월, 당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의 복구와 구호 활동이 계속되고 있었을 때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불빛은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과 흔들림 없는 힘(unwavering strength)을 상징한다.
9/11 기념관 및 박물관(9/11 Memorial & Museum)에서도 테러로 사망한 2977 명과 1993년 2월 26일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에 사망한 6명을 기리는 희생자 가족을 위한 연례 추모식을 개최했다.
2014년에 개관한 박물관은 테러의 역사적 배경과 사건 당일의 기록, 그리고 이후의 복구 과정 등을 다양한 전시물과 유물로 보여준다. 스뇌헤타가 설계한 지상 파빌리온과 데이비스 브로디 본드가 설계한 지하 전시 공간이 특징이다.
16 에이커 규모의 세계 무역 센터 단지 중 8 에이커를 차지하는 9/11 기념 광장(Memorial Plaza)에는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각각 거의 1 에이커에 달하는 두 개의 사각형 쌍둥이 반사 연못(twin reflecting pools)과 북미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로 이루어진 기념관이 있다. 이전 쌍둥이 빌딩 자리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미국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Michael Arad)와 공원 설계자로 유명한 피터 워커(Peter Walker)의 협력으로 2011년 완성한 기념관이다. 2004년 1월, 기념관을 위한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63개국 5,201개의 작품 중 선정된 그들의 작품으로 제목은 <Reflecting Absence> (부재의 반영) 이다.
연못의 인공 폭포의 물은 각각 30피트 아래 정사각형 유역으로 내려간다. 거기에서 물은 20피트 더 떨어져 작은 중앙 공간으로 사라진다.
Michael Arad의 작품의 의도는 Absence Made Visible이다. 무언가의 부재가 눈에 보이도록 표현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술, 건축에서 많이 표현하는 개념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빈자리나 상실감이 오히려 더 강하게 드러나는 상황을 나타낸다. 이 작품은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상실의 의미를 깊이 전달하고자 한다.
넓고 움푹 들어간 빈 공간은
기억과 공허함을 담고 있는 그릇이며,
물이 빈 공간으로 계속 흘러들어 가지만,
그 공간은 비어 있고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흐르는 폭포의 물은
상실된 생명과 건물을 상징한다.
-건축가 Michael Arad
연못은 9/11 테러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격의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청동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방문객을 향해 기울어진 청동 패널은 난간처럼 낮은 보호벽을 형성한다.
9/11 기념관 및 박물관은 청동 난간에 새겨질 이름을 확인하고 배열하기 위해 다년간의 과정을 거쳤다.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에 있었던 희생자들은 왼쪽 상단 사각형 북쪽 풀(North Pool)에, 남쪽 타워에 있었던 희생자 들은 남쪽 풀(South Pool)에 이름이 적힌다. 2,983명의 사망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움켜쥐고 9/11 기념관 이름 옆에 꽃을 놓는다.
기념 광장은 늪지 백참나무((swamp white oak trees)로 가득 차 있으며, 여섯 개의 큰 돌로 이루어진 9/11 Memorial Glade가 있다. 2019년 5월 헌정된 이 돌은 구조, 복구 작업에 헌신한 시람들과 그로 인해 건강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며 강철로 장식되어 결의를 보여준다.
2001년 10월, 그라운드 제로에서 발견된 심하게 훼손된 캘러리 배나무(Callery Pear)가 있다. 회복과 재활을 마치고 반환되어 생존자 나무(Survivor Tree)로 불리게 되었다. 울퉁불퉁한 그루터기에서 새롭고 부드러운 가지가 뻗어 나오는 이 나무는 변화나 어려움에 직면한 후 다시 회복하고 일어서는 능력, 즉 회복력(resilience)을 보여준다.
기념관을 찾는 희생자의 가족이나 방문객들은 때때로 난간 위에 기념품을 남기거나 봉제 인형, 사탕, 팔찌 등의 추모물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물건은 직원이 수집하며 9/11 박물관 추모 컬렉션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또한, 매일 아침 직원들은 그날 생일이 있는 피해자의 이름에 흰 장미 한 송이를 놓는다. 메모리얼 풀 주변을 계속 돌다 보면 흰 장미가 많이 눈에 뜨인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는 대규모 교통 허브이며 쇼핑몰인 오큘러스(Oculus)가 있다. 12개의 지하철 노선과 PATH 역이 연결되어 있으며, 쇼핑, 식사, 문화 행사가 이루어진다.
오큘러스는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독특한 건축물이다. 마치 날개를 펼친 새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잘 보여준다. 하얀 금속으로 감싸인 철제 갈비뼈 구조는 비둘기를 놓아주는 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위로 넓게 뻗어 나가는 웅장한 형태를 띠고 있다.
9/11 테러 이후, 파괴된 쌍둥이 빌딩을 대체하기 위해 수백만 평방 피트의 사무실, 상업 공간, 전망대 등을 갖춘 고층 건물이 솟아올랐다. 2013년에 완공된 북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이다. 높이는 첨탑까지 미국 독립 연도인 1,776피트(541미터)로 재건과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래전, CNN 방송 공영광고의 한 문구가 떠오른다.
Out of sight, NOT out of mind.
(보이지 않는다고 잊히지는 않는다)
레바논에서 납치된 미국인들을 의미했다.
9/11 테러의 가장 어린 피해자는 2세 반, 최고령자는 85세였다. 우리에게도 잊히지 않는 희생자들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신다고 잊히지 않는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와 납치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잊히진 않는다.
기념관은 무료이며 일주일 내내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아홉 시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가을에는 단풍이 아주 이쁘다.